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음반·화보·굿즈 등 제작·유통
“매출 70%가 美·日 등 해외서 발생… 연평균 300% 성장”
엔터업계서 10여년 경력… FT아일랜드·씨엔블루 성장에 일조
“해외 팬들의 K팝 사랑은 상상 이상… 구매력도 갈수록 높아져”
지하철 광고판에 한국 아이돌의 중국 팬클럽이 광고를 싣고, 네이버 연예 뉴스에 중남미 팬들이 응원 댓글을 달고….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지극정성 팬심’에 깜짝 놀라게 되는 일이 많다. 한류 열풍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에는 이를 기회 삼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5년 문을 연 메이크스타도 그 중 하나다.
메이크스타는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음반, 화보집, 굿즈(연예인을 소재로 한 기념상품), 콘서트,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해 유통하는 회사다. 일단 제작 계획부터 공개한 뒤 다수의 개인에게서 자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콘텐츠를 완성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을 중심으로 203개국에서 이용자가 유입되고 매출의 7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설명이다.
메이크스타의 창업자인 김재면 대표(42)는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등의 소속사로 널리 알려진 FNC엔터테인먼트의 창립멤버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한성호 FNC 총괄프로듀서와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같이 한 인연으로 20대 후반 엔터업계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메이크스타는 엔터테인먼트를 정보기술(IT)로 풀어내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팬들이 풍부한 한류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해외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알토스벤처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메이크스타는 어떤 회사인가.
“크라우드펀딩을 기반으로 한 K팝 콘텐츠 제작·유통 플랫폼이다. 국내외 팬과 스타, 연예기획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2015년 1월 회사를 설립해 서비스는 12월 시작했다.”
▷FNC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연습생 관리부터 시작해 음반 제작, 회사 전반의 기획 총괄까지 다양한 일을 하면서 10년가량을 보냈다. 설립 초기에는 직원도 많지 않았으니 온갖 업무를 다 봤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지금만큼 체계적으로 돌아가진 않았으니까.”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FT아일랜드가 데뷔 후 한방에 떠서 3주 만에 1위를 했다. 열심히 활동하던 중 태국에서 ‘방콕 콘서트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데뷔 6개월 밖에 안 된 FT아일랜드를 태국에서 왜 찾는지 이해가 안 됐다. 거절하려고 일부러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했는데, 그래도 ‘OK’ 하더라. 공항에 내렸더니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 옴짝달싹 못하고 1시간 동안 갇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알아보니 유튜브 때문이었다. IT 덕에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싶어 이후 차근차근 시장을 공부했고, ‘여기에 답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인보다 K팝을 더 좋아하는 해외 팬들을 보면 신기하다.
“우리가 짐작하는 이상으로 한국 가수를 좋아하고 감동과 위로를 얻는다. 해외 팬들이 K팝을 접하는 경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K팝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국 팬들처럼 원하는 걸 쉽게 살 수 없어 갈증이 심하다. 우린 그걸 풀어주는 거다.”
▷설립 이후 성장세는.
“회원이 80만명을 넘었고 매출은 연평균 300% 늘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는 92개국이고 가장 비중이 큰 곳은 미국이다. 이어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도 주요 국가다.”
▷외국인들이 지갑을 잘 여나.
“1인당 평균 객단가가 13만원이다. 한 명이 49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록도 있다. 한국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면 관심 없거나 적(敵)으로 보기도 하지만 해외 팬들은 그런 게 없다. K팝을 하나의 장르로 즐기고 다양한 가수에 관심을 갖는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결합한 이유는.
“사용자들이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기존 팬클럽 문화에는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방식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스타를 위한 물품을 만들거나 함께 하는 행사를 여는 일이 흔하다.”
▷일반적인 보상형(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과 차이점은.
“국내에 여러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특화해 전 세계로 서비스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참여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 풍부한 부가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거나 화보집 제목, 콘셉트, 디자인 등을 설문조사로 팬들이 직접 정하게 한다. 스타와의 영상통화, 팬미팅 같은 오프라인 행사도 많이 연계한다. 메이크스타가 개최한 행사에 참여하려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39개국에서 2000명을 넘었다.”
▷수익은 어떻게 내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크라우드펀딩 과정의 수수료, 다른 하나는 기획사와의 콘텐츠 공동 제작·유통 후 수익 배분이다. 후자가 매출도 크고 수익성이 두 배가량 높아 앞으로 더 확장할 생각이다.”
▷대형 연예기획사는 직접 제작할 역량이 되는데 굳이 메이크스타에서 할 이유가 있을까.
“몇몇 상장사 정도를 제외하면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기획사가 여전히 많다. 톱스타가 소속돼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은 곳도 있다. 메이크스타와 함께 진행할 때 매출이 더 높고 팬덤의 반응이 더 좋다면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냉정하게 보면 어마어마한 기술을 집약한 사업은 아니다. 후발주자가 들어오기 쉽지 않나.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생겼고 앞으로 더 나올 걸로 본다. 하지만 우리를 따라잡은 경쟁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를 IT로 풀어내는 데만큼은 주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 플랫폼을 만들 때부터 외주를 주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개발팀을 꾸려 직접 다 만들었다.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오종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IT 업계에서 오래 일한 친구다.”
▷향후 사업 계획은.
“팬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류스타들이 갖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6000개가 넘는다. 대형 연예기획사는 전담 팀도 조금씩 꾸린다지만 보통 감(感)에 의존하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여기저기 흩어진 SNS, 팔로워, 팬클럽, 커뮤니티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해외 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수요를 예측해 반응이 좋을 만한 상품을 소속사에 역제안할 수도 있다. 메이크스타가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확장성’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키우고 싶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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