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병욱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빠졌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신흥시장 경제 위기 우려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주요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할지 검토하는 중이고, 중국 자동차 업체는 기존 글로벌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처한 상황도 마냥 좋진 않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전성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더 줄었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위기를 미래자동차 기술 확보, 고급 브랜드 안착, 질적 성장 등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경쟁이 심화되는 등 자동차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집중하는 미래자동차 분야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다.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순수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 양산에 나선 이유다. 현대차는 올해 초 한 번 충전하면 609㎞를 운행할 수 있는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했다. 넥쏘는 현존하는 수소차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코나EV(현대차), 니로EV(기아차)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도 잇따라 출시했다.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2021년 스마트시티 내에서는 운전자가 운전에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2030년엔 차 스스로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라인업 N도 현대차가 내놓은 비장의 무기 중 하나다. 현대차는 2015년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공식 출범했다. 제네시스는 G80과 EQ900(해외명 G90) 등 프리미엄 세단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킨 데 이어 대중적인 모델 G70도 내놓았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IQS)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차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남양(경기 화성)과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주행코스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N은 기존 자동차 모델의 고성능 라인업이다. 지금까지 i30N과 벨로스터N 등 2개 차종이 공개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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