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하기 좋은 국가가 親노동 국가다

입력 2018-08-21 17:40  

"밀어붙이기식 소득주도 성장에
경기 추락·일자리 급감 '참사'
親기업·혁신성장으로 전환 시급"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37만8000명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증가수가 금년 들어서 10만 명 선으로 주저앉더니 7월에는 5000명으로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고용참사다. 이마저도 지난해부터 5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일자리에 투입한 결과 공공·행정·국방과 보건·사회서비스 부문에서 21만5000명이 증가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 밖에 금융 및 보험업에서 6만7000명, 창업이 활발한 정보통신업에서 6만8000명이 늘어나 취업자 증가수가 마이너스 추락을 가까스로 방어할 수 있었다. 제조업에서 12만7000명이 줄어 조선, 자동차 구조조정 등 주력 제조업이 휘청거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영세 자영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8만 명이 줄었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0만2000명 감소하고 임시직 10만8000명, 일용직 12만4000명 등 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의 비율인 5분위 배율도 2015년 4.86까지 하락했으나 2018년에는 5.95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의 5.93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소득 하위 20% 약 400만 가구의 가구주 57%가 일자리가 없고 400만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47만원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것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취업 근로자들의 기득권은 강화시켜 준 반면 취약서민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52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고도 고용증가가 5000명까지 급락한 것은 재정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요일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좀 더 기다리고 다시 22조원의 재정을 쏟아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친노동정책과 복지확대 정책을 추구하면서 기업에 대해서는 순환출자 해소, 내부거래 단속 강화, 지배구조 개혁 등 반기업 정책을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또 복지확대에 따른 재원조달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부자증세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 세계가 세율인하, 규제개혁으로 경기를 부양해 일본, 미국 등에서는 구인난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한국만 세계 추세와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 경기는 추락하고 일자리는 급감하는 참사를 빚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도 대기업 투자를 당부하고 핵심규제개혁 20개 과제 선정 등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투자 구걸은 안 된다는 등 경제부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시민단체, 노동계 등 좌파진영은 규제개혁에 조직적,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위 400만 가구주의 57%가 일자리가 없고 이들 계층의 월평균 수입이 47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보고도 언필칭 서민을 위한다는 좌파진영에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상당수 노조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등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그룹 대부분은 기득권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좌우, 여야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소득주도, 정부주도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반기업 친노동, 부자증세 복지확대 정책기조에서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대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 증가폭 자체가 마이너스로 추락해 사회불안이 야기되는 대참사가 올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국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친노동 국가다. 정책대전환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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