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가족끼리 3시간 만나
北 제공 도시락으로 점심
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내달 평양 방문, 北과 조율 중"
[ 김채연 기자 ]
“60여 년 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됐다. 기약이 없다.”
북측의 여동생과 남동생을 만난 박기동 씨(82)는 제21차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에서 이뤄진 두 번째 단체상봉을 마친 뒤 북측 가족과 헤어지며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씨와 동행한 남측 박선녀 씨(74)는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너무 높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산가족들은 전날보다 한층 차분한 모습으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오전 10시10분부터 2시간 동안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한 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2015년 20차 상봉행사까지는 개별상봉 후 공동 오찬을 했지만 이번에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다. 북측은 준비한 도시락(사진)을 객실마다 배달했다. 도시락은 삼색찰떡, 오이소박이, 닭고기편구이, 낙지후추구이 등으로 구성됐다. 이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단체상봉을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저녁식사는 남북이 따로 했다. 이산가족들은 행사 이틀간 10여 시간 동안 정을 나눴지만 65년간 쌓인 그리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이날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가족도 있어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남측의 차제근 씨(84)는 단체 상봉장에서 북측 동생 제훈씨(76)에게 “내가 버리고 나와서 항상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 나만 살겠다고 나와 미안해”라며 연신 안타까워했다. 제훈씨는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고 위로했다.
남측의 김혜자 씨(75)는 동생 은하씨에게 “사랑해”라며 애틋한 마음을 계속 표현했다. 은하씨도 “누님이 날 사랑해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고 수줍게 화답했다. 혜자씨는 “지금까지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안 보내고 같이 있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남측의 김병오 씨(88)는 북측의 여동생 순옥씨(81)에게 “내일 눈물 흘리지 않도록 약속하자”며 달랬다.
가족들은 각자 준비한 선물도 교환했다. 북측 가족들은 ‘개성고려인삼’ 등을 선물로 건넸다. 북한 당국이 남측 가족을 위해 준비한 백두산 들쭉술과 대평곡주 등도 전달했다. 남측 가족들은 의류, 화장품 등을 준비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 중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날 취재진에 “9월 평양에 가는 방안을 북측과 조율 중”이라며 “인도주의라는 적십자사 정신에 입각한 협력 프로그램이 결정되면 기자들과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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