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존 경제체제가 무너질 것임을 인정했어요. 기존 경제 체제는 블록체인이 대체할 것입니다.”
22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블록미디어가 주최한 블록체인 컨퍼런스 ‘블록페스타 2018’에 참석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이 같이 강조했다. 기존 시스템을 대신할 새 경제 질서가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올 3월 G20 재무장관회의 공동 합의문에 세계는 전통적 경제의 종말을 인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언급하면서다.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지낸 전 위원장은 “1999년 닷컴 버블 속에서 네이버가 탄생했고 현재 시가총액 2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지금 블록체인은 인터넷보다 낮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블록체인 산업이 크게 성장해) 5~10년 뒤에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각국 정책도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타나스 구오가 유럽의회 리투아니아 의원은 “유럽은 암호화폐에 개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암호화폐 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포럼을 열어 업계가 더욱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구오가 의원은 “블록체인은 돌파구를 만드는 기술이란 게 유럽의회의 시각”이라며 “장기적으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투기 우려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전달하고 있지만 특별히 규제를 도입해 막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유럽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구오가 의원은 “유럽은 예산 승인부터 집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지원과 산업 환경 조성을 위한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도 블록체인과 핀테크 허브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이슨 휴 대만 국회의원은 “가볍고 유연한 규제 환경을 만들어 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대만 입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블록체인 자율규제조직을 만들어 매월 정부 당국이 100여개 기업과 의견을 수렴한다. 국가가 산업의 숨통을 조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해외 블록체인 기술자를 유치하는 등 많은 프로젝트가 실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원장은 “2015년 금융위에서 핀테크 육성 계획을 수립할 때도 중국보다 20년 뒤쳐졌다는 보고를 받은 적 있다”면서 “금융위 규제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방해 된다는 업계의 지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금융 당국은 금융사고 방지를 최우선시한다. 어떤 사업이 90%의 성공과 10%의 실패 확률이 있어도 당국은 그 사업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또 “규제 완화에는 당국 외의 이해관계자들도 반대 입장을 취하는 점도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놨다.
임 전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유용한 신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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