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의 굴욕… 빌 그로스 펀드, 올들어 40% 유출

입력 2018-08-22 17:46  

[ 설지연 기자 ] 한때 국제 금융시장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던 펀드매니저 빌 그로스(사진)의 명성이 급속히 쇄락하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로 그로스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5년 전 3000억달러에 달하는 펀드자산 운용 규모는 1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21일(현지시간) 투자리서치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야누스 헨더슨 글로벌 언컨스트레인드 채권펀드’에서 올 들어 총 8억3400만달러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올초 펀드자산 운용 규모는 22억달러였으나 5개월 연속 환매가 이뤄지면서 40% 줄었다.

‘환매 러시’의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투자 실적이다. 그로스의 펀드는 지난 7월까지 마이너스(-6.5%) 실적을 냈다. 그로스는 미국 국채가 오르고(금리 하락) 독일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에 베팅했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 둔화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 0.3% 선으로 낮게 유지된 반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에 근접하는 등 반대로 움직였다. 그로스의 펀드 운용 실적은 모닝스타가 집계하는 비전통채권펀드 부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펀드에 12억달러가 남아 있지만 이 중 외부 투자금이 얼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로스는 4년 전 펀드를 출범시키면서 개인 투자금 7억달러를 넣었다.

금융컨설팅업체 리소스매니지먼트의 랜디 웨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천하의 그로스도 이제는 ‘재능이 있지만 시장의 변덕에 무릎 꿇은’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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