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린 주변 어프로치의 정석
그린 주변만 가면 몸을 틀고
공을 잘못된 위치에 두거나
백스윙도 뻣뻣하게 뒤로 빼는
'로봇 스윙' 아마골퍼 수두룩
어프로치샷도 풀스윙 '축소판'
기본 안지키고 '변형 스윙'땐
거리·방향성 통제 힘들어져
공은 정중앙보다 살짝 왼쪽
체중은 좌우 50 대 50 똑같이
“한국은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 근처까지가 어려운데, 미국은 그린 근처에서 그린까지가 확실히 어려워요.”
얼마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도 삼다수 여자오픈에서 만난 고진영 프로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국내 투어 통산 9승을 올리고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진출해 67년 만의 신인 개막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써낸 챔프 역시 쇼트게임을 고민한다는 얘깁니다.
짧은 어프로치도 기본 셋업으로
사실 쇼트게임은 프로들도 연습량의 70~80%를 할애할 정도로 공들이는 골프의 핵심입니다. 요즘 인기 폭발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늘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이 쇼트게임이었으니까요. 30m 안팎의 어프로치(어프로치는 그린을 공략하는 모든 샷을 말함)에서 피니시를 한 뒤 클럽페이스가 시계반대방향으로 정해진 것보다 좀 더 돌아가 있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 스윙을 끝내는 ‘스퀘어 투 스퀘어(square to square)’ 루틴을 꼭 지켰습니다. 스윙의 기본이죠.
국내외 투어 프로 상위 1%의 그린 적중률은 75~80% 안팎을 오갑니다. 항상 100% 그린에 공을 정규 타수 만에 올려놓지는 못한다는 얘기죠. 나머진 결국 칩샷 등 5~30야드 안팎의 짧은 어프로치로 타수를 지키거나 줄여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본 스윙은 여기서도 중요합니다. 우즈와 저의 스승이었던 부치 하먼이 어느 날 칩샷 연습을 하고 있던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넌 기초도 제대로 못하면서, 응용 동작을 하려고 하냐?”
한국에서 주말골퍼들을 보면 이 말이 자주 떠오르곤 한답니다. 대다수가 기본 스윙이 아닌 응용 스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스탠스를 아주 좁게 하고, 왼발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왼발에 체중의 대부분을 싣고, 공을 오른발 엄지발가락 앞쪽에 놓고….
물론 이런 짧은 어프로치 전문 ‘변형셋업’으로 싱글 이상을 치는 쇼달(쇼트게임 달인)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 오랜 구력과 엄청난 연습량이 전제된 경우라 하겠습니다.
연습할 시간이 태부족인 대다수 주말골퍼라면 결국 어프로치에서도 기본 스윙을 탄탄하게 익히는 게 유리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구력이 쌓일수록 다양한 상황해법으로 응용,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그랬고요.
단순한, 더 단순한 스윙의 힘
저는 골프를 단순화하는 게 가장 먼저이고 중요하다고 보는 프로 중 한 명입니다. 많은 주말골퍼가 하는 방법은 얼핏 정상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공을 오른발 오른쪽에 두는 것은 변수 하나를 스스로 만드는 일입니다. 56도 또는 58도 웨지의 기본 특성을 디로프트(각도를 오히려 낮추는 동작)시켜 52도나 54도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또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의 기본 풀스윙을 배웠고 티샷까지 그 스윙으로 했는데도 굳이 어프로치 전문 셋업을 하는 것은 두 번째 변수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본 스윙을 5~30야드용으로 줄인 압축동작으로 하면 되는데도 말이죠. 체중도 왼쪽 발에 싣게 되면 변수가 3가지나 생기는 셈입니다. 자주 듣지 못한 얘기라 약간 당황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편차와 오류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게 제 경험칙입니다.
그런데도 너무도 많은 사람이 그린 근처로만 가면 이상하게 몸을 왼쪽으로 틀거나 열고, 공을 평소와는 다른 위치에 놓고, 백스윙도 기본 스윙과 달리 꼿꼿하게 뻗는 ‘로봇 스윙’을 합니다. 결국 그린까지 다 와놓고는 뒤땅, 토핑을 내는 ‘허무 골프’를 하게 되는 원인이죠.
칩샷이든 피칭샷이든 로브샷이든 그린 주변 샷은 풀스윙의 축소판일 뿐입니다. 양발을 벌린 간격, 백스윙 크기 등 동작의 크기만 작은 것이지 백스윙, 백스윙톱 피니시, 코킹 등 모든 스윙메커니즘은 다 들어있다는 거죠. 풀 스윙과 똑같이 체중이동도 반드시 작게나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체중도 왼발, 오른발에 50 대 50으로 균등분배합니다. 60 대 40? 70 대 30? 변수가 많이 생깁니다. 맞습니다. 사실 제가 이전 칼럼에서 강조한 기본스윙인 ‘쿼터스윙’과 다를 게 없습니다.
공을 좀 더 띄우려면 클럽 페이스만 열면 됩니다. 공의 위치나 어드레스 동작을 다시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더 멀리 보내려면 클럽을 좀 더 긴 채로 바꾸면 되고요.
기본 스윙과 다른 게 있긴 합니다. 100~200야드 정도의 아이언이나 우드 샷에서는 클럽 리딩 에지(클럽 헤드의 칼날 같은 모서리)로 공을 먼저 가격하지만, 그린 주변 짧은 어프로치는 리딩 에지가 아니라 클럽헤드 바닥(솔 또는 바운스)을 공과 풀 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치는 게 좋습니다. 공의 스핀양이 줄어들어 탄도와 구르는 거리가 일정해지기 때문이죠. 기본으로 돌아가기,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LPGA 투어 프로 >
장소협찬 : 포천힐스컨트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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