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금통위 금리 올리면 경제 '전방위 충격' 우려

입력 2018-08-26 16:27   수정 2018-08-28 16:48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외자이탈 방지 최선책은 외환보유액 충분히 확보하는 것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처럼 연 8회로 축소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오는 31일 열린다. 그 어느 때보다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논쟁이 치열한 만큼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회의에서 일부 금통위원이 금리인상에 찬성한 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비슷한 뉘앙스를 비쳤기 때문이다.

‘금리인상’과 ‘동결’을 주장하는 측은 각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외자 이탈 방지’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0.5%포인트 역전된 캐리자금 이동 여건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올해 안에 격차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져 대규모 외자 이탈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 경기가 그만큼 나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1년 이상 추진해 왔지만 오히려 일부 중산층까지 하위계층으로 하락했다. 하위계층일수록 가계부채 부담이 크다. 이 상황에서 금리마저 올릴 경우 외환위기 때보다 거리로 내몰리는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최근처럼 통화정책 목표와 수단 간 불일치를 보일 때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책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는 안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목표와 수단을 동일(예를 들어 정책목표가 3개라면 수단도 3개 동원)하게 가져가는 ‘틴버겐 정리(tinbergen’s theorem)’다. 최선책은 전자, 차선책은 후자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에 충실하는 것이다. 명시 여부와 관계없이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금융위기 이후 물가가 지속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고용창출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경제성장, 물가, 고용, 국제수지 등 4대 거시경제 분야 가운데 우리 경제의 경우 고용분야가 가장 좋지 않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신경 쓰는 청년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엄격한 실업률 개념을 적용하는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으로 재산출된 한국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스페인과 맞먹는 수준이다.

외자 이탈 방지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이 점을 따져봐야 한다. 신흥국 금융위기 사례를 보면 외자 이탈 방지의 최선책은 ‘금리인상’보다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이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증가하면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확률이 평균 50bp(1bp=0.01%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과거 경험으로부터 잠재적인 외화지급 수요를 예상지표로 삼아 구하는 ‘지표 접근법’, 외환보유액의 수요함수를 도출해 추정하는 ‘최적화 접근법’, 외환보유액 수요함수로부터 행태 방정식을 추정해 계량적으로 산출하는 ‘행태 방정식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세 방안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지표 접근법이다. 이 방식은 외환보유 동기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방식 △캡티윤 방식으로 세분된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1선(직접 보유)’과 ‘2선(통화스와프 등 간접 보유)’ 자금을 합하면 5000억달러가 넘는다. 가장 넓은 갭티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외환보유액은 3700억달러 안팎이다.

최근 5년 동안 신흥국은 세 차례에 걸쳐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1차 2013년, 2차 2015년, 3차 2018년)’을 겪었다. 테이퍼 텐트럼은 큰 경기를 앞두고 운동선수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는 의학 용어로, Fed의 금리인상 등에 따라 신흥국이 겪는 금융시장 불안을 의미한다. ‘긴축 발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금리인상을 추진한 신흥국일수록 외자 이탈과 경기침체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점이다. 외자 이탈로 금리를 인상하면 실물경기가 침체돼 추가 외자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다. 아르헨티나, 터키가 대표적 사례다. 아르헨티나는 금리를 연 45% 수준까지 올렸지만 계속된 외자 이탈 부담으로 IMF의 구제금융을 수혈했다.

우리처럼 외자 이탈에 따른 방어 능력을 갖춘 여건에서 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고용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둬 추진하고 있는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스태프와 라인 간 갈등이 경제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까지 엇박자가 날 경우 우리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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