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스타 생일 축하 위해
월 350만원에 상영관名 바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도 광고
화장품 업계도 아이돌 마케팅
"강다니엘 모델 후 3040 판매 급증"
[ 임락근 기자 ]
“영화 상영관 이름을 빌리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생일 축하 광고 내고….”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보내는 ‘조공’에 머물던 팬 사랑이 스스로 스타 홍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아이돌 팬덤이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 팬 활동이 10~20대의 사적인 취미에서 대중적인 성격으로 변하면서 경제적인 구매력이 있는 30~40대까지로 팬층이 확대된 게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영화관 한 층 통째로 빌려 ‘생일 축하’
지난 21일부터 서울 강남 CGV와 압구정 CGV에서는 상영관 하나가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 멤버의 이름을 딴 ‘옹성우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25일 그의 생일을 맞아 팬클럽이 상영관 명명권을 1주일간 사들였다. 상영관 주변은 그의 사진과 영상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예매하면 사진이 담긴 티켓을 발부받는다.
7일부터 동대문 CGV에서도 한 달간 옹성우관이 운영되고 있다. 18일부터는 홍대 CGV에서 상영관 이름을 ‘가자어디든지관’과 ‘생일축하해관’으로 운영하는 등 아예 한 층을 통째로 ‘옹성우층’으로 만들었다.
아이돌 팬들이 지하철과 버스에 광고를 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영화 상영관 명칭까지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 팬클럽에서 그의 첫 주연 영화 상영을 기념해 여의도 CGV에 마련한 ‘도경수관’이 처음이다. 상영관 명칭을 바꾸는 데는 평균적으로 한 주에 150만원, 한 달에 35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 광고도 국내 무대를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가는 등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옹성우의 한·중 팬연합은 25일 뉴욕 타임스스퀘어 중심에 있는 톰슨로이터 빌딩 11개 스크린과 나스닥 스크린에 옹성우의 생일 축하 광고를 게시했다. 톰슨로이터 빌딩과 나스닥 스크린의 광고비는 1주일 기준 시간당 15초 노출에 3만달러(약 33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3040 팬들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팬덤의 연령대가 10~20대 위주에서 경제력이 있는 30~40대로 확대된 게 이런 팬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한 아이돌 팬클럽 관계자는 “광고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을 할 때 큰 금액을 선뜻 내놓는 30~40대 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그 덕분에 지하철 버스뿐 아니라 영화관 광고, 공익재단 기부 등으로도 팬클럽 활동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0~40대의 구매력은 아이돌이 광고모델인 상품의 실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0대에게 지지를 얻어 오디션 방송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사진)을 모델로 발탁한 화장품업체 씽크네이처 관계자는 “강다니엘을 모델로 쓴 이후 30~40대 등 연령층에서 판매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아이돌 팬 문화는 사적인 취미에 국한돼 겉으로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데 망설이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3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팬덤이 잘 형성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류열풍을 계기로 팬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3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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