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응 요소' 다시 반영
[ 강동균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결정할 때 ‘경기대응 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다시 반영하기로 했다. 경기대응 요소는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외환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올 들어 미국과의 통상전쟁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시장에 개입해 이를 조정할 근거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위안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환율을 정하는데 경기대응 요소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부터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한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인민은행은 전날 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환율을 고려해 기준환율을 산정한다. 당일 시장환율은 인민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외환시장의 투기적인 거래에 따라 급변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결정하는 과정에 경기대응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환율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본격적인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6.8710위안으로 전날보다 가치가 0.5% 떨어졌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대비 10% 가까이 절하됐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5월26일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해 경기대응 요소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인민은행은 수요와 공급을 더 잘 반영하고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쏠림현상을 완화하며, 시장이 거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훨씬 커져 환율을 조작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올해 1월19일 경기대응 요소 반영을 중단했다. 자금 흐름과 외환 공급·수요가 안정적인 상태에 들어섰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수출 기업 지원과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해외로의 자본 유출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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