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안하고 참고자료로만 쓰겠다던 정부, 작년 4분기 분배지표 좋게 나오자 돌연 공개

입력 2018-08-28 20:03  

가계소득 통계 논란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 이태훈 기자 ] 통계청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소득동향은 당초 올해부터 폐지될 예정이었다. 조사방식 한계상 고소득층 응답률이 낮아 정확한 소득분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도 가계소득동향 조사를 없애기로 하고 작년 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당시 가계소득동향 조사 부활을 주도한 사람은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확인됐다. 당시 의사록을 보면 김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분기별 가계소득동향 통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일각에선 가계소득동향 조사 부활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이 관여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통계청은 2017년 1분기부터 기존 조사방식(가계부 기장 방식)을 새 방식(면접조사 방식)으로 바꿨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대신 분기별 조사 발표는 생략하고 국가통계포털에만 공표하기로 했다. 분기별로는 수치가 들쭉날쭉해 일관된 추세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이유가 컸다.

이에 따라 2017년 3분기까지는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 가계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돌연 공개로 선회했다. 정부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홍보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올 들어서도 가계소득동향을 분기별로 조사해 발표해왔다. 다만 당초 없애기로 한 조사를 국회에서 부활한 만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 수를 기존 5500명에서 8000명으로 늘렸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장 최근 인구통계인 2015년 조사결과를 기초로 2010년 대비 5년간 바뀐 인구별·성별 변화를 같은 비율대로 반영해 표본 수를 늘렸다”며 “그러다 보니 5년간 고령화가 진행된 만큼 고령층이 표본에 더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층은 평균 가계소득이 낮아 표본 수 비율이 늘어나면 분배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걸 표본 오류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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