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강관업체 숨통 트일 듯"
[ 김보형 기자 ]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수입할당제) 일부를 면제해주는 ‘품목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에 한해 관세·쿼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쿼터를 소진해 미국 수출길이 막혔던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미국 산업 상황에 따라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철강 쿼터와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 쿼터에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에 적용하는 ‘국가 면제’와 별도로 특정 철강 제품에 ‘품목 예외’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충분한 양과 품질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특정 국가 안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면 해당 철강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품목 예외는 미국 현지 철강 기업이 신청하고, 미 상무부가 심의해 결정한다. 품목 예외를 받은 제품은 25% 관세나 쿼터를 적용받지 않는다.
한국은 지난 3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올해 대미 철강 수출량을 263만1012t(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으로 제한하는 대신 관세에 대한 국가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세아제강과 넥스틸, 휴스틸 등 중견사와 중소 철강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강관(파이프) 쿼터는 102만6246t으로 작년 대미 수출량(204만t)의 절반에 그쳐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품목 예외가 인정되면 쿼터를 소진해 미국 수출이 중단됐던 중소 강관업체의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쳐온 미국이 품목 예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철강 수입 규제로 현지 철강 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기초 철강 제품인 열연의 이달 미국 가격은 t당 986달러로 지난해 평균 가격(684달러)보다 44%나 껑충 뛰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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