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학원엔 수강생들 몰려
펜글씨 교본 판매 47% 증가
[ 조아란 기자 ] 문서 작성을 손으로 하던 30~40년 전에 많이 했던 글씨 교정 공부가 최근 들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손글씨를 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손글씨 일기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되면서 글씨 교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3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글펜글씨 관련 서적 매출은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6.4% 늘었다. 가 나 다 라 등을 정자와 홀림자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교본들로, 주 구매자는 20대 대학생과 30대 직장인이다. 글씨 교정 학원도 성행하고 있다. 학원에서는 펜, 샤프펜슬, 연필 등의 도구로 글씨를 쓸 때 손의 어느 부위에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떤 리듬으로 손에서 힘을 빼야 긴 글을 쉬지 않고 쓸 수 있는지 등을 가르친다.
글씨 교정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학교나 회사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일하거나 공부하기 때문에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없다”며 “일종의 취미”라고 말한다. 예쁜 글씨로 좋아하는 문구를 필사하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의 한 글씨 교정 학원 원장은 “20~30대 수강생이라고 하면 행정고시 같은 서술형 시험을 앞두고 악필을 고치러 오는 수험생이 전부였는데 최근엔 글씨 쓰는 것 자체가 재밌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필사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출간한 책들도 인기다. 김용택 시인이 101편의 시를 추려 펴낸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왼쪽 페이지에 시 한 편을 싣고 오른쪽 페이지에 필사 공간을 만든 편집으로 인기를 끌어 교보문고 시분야 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손으로 쓴 일기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된 것도 글씨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배경이다. 30일 현재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일기’를 검색하면 100만 개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일기 계정을 운영하는 직장인 유모씨(30)는 “다른 사람이 손으로 직접 쓴 일기는 필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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