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낮춰주는 효능 높아
한달 또는 2주에 한번 주사
초위험군 환자 10명 중 8명
기존 스타틴 약물론 효과 미미
[ 전예진 기자 ] 9월 첫째주는 심뇌혈관 예방관리 주간입니다.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은 한국 사망 원인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병인데요. 한번 심장마비가 왔거나 뇌졸중을 겪은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큽니다. 재발하면 사망이나 장애 위험도 높습니다. 이 때문에 평소 지질 저하제를 복용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합니다.
문제는 초고위험군 환자는 약을 복용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뇌혈관 질환은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C가 혈관에 쌓여 심장이나 뇌의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데요. 이런 일이 발생하게 하지 않으려면 LDL-C 수치를 70㎎/dL 이하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 계열의 약물로 이 수치에 도달하는 초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이런 환자들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허가했습니다. 미국 암젠의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사진)입니다. 레파타는 원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이라는 희귀병 환자를 위한 약인데요. 유전자 이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LDL-C 수치가 정상인의 2배 이상인 150~900㎎/dL까지 치솟는 병입니다. 레파타는 PCSK9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해 간이 LDL-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입니다. 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제에 비해 LDL-C 수치를 31%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혈관 벽에 쌓인 지방도 감소시켜 심뇌혈관 질환의 재발 위험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이 약물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되는데, 매일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해외에서는 레파타가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우려가 있고 일부 환자에게서 비인두염, 당뇨병, 상기도 감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억력과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젠 측은 평균 19개월간 이뤄진 연구에서 기존 치료제와 비슷한 수준의 이상반응을 나타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HoFH 환자에게 처방되는 레파타 주사제는 1회에 15만원선입니다. 심뇌혈관 질환자의 보험급여 적용은 내년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평생 관리가 필요한 심뇌혈관 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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