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르헨티나 vs 터키

입력 2018-08-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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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국가가 마냥 찍어 낸다고 돈이 아니다. 땀과 노력이 깃든 재화나 용역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될 때 생기고 쌓이는 것이 돈이다. 이 간단한 개념과 ‘시장’의 기본 원리만 제대로 알아도 경제가 어려울 이유는 없다. ‘돈의 값’인 금리도 마찬가지다. 화폐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의 상품처럼 보면 이해가 쉽다. 이런 바탕에서라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그에 따른 자산시장 움직임에 대한 안목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금리 문제와 관련해 요즘 극적으로 대조적인 두 나라가 아르헨티나와 터키다. 양국 모두 국제 금융시장에서 ‘1급 요주의 관찰국’이다. 아르헨티나는 누적된 국가부채에 경제난이 겹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상태다. 그래도 불안정한 외환시장의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그제 이 나라 중앙은행은 연 45%이던 기준금리를 60%로 올렸다. 지난달 연 40%에서 45%로 올린 데 이어 보름여 만이다. 넉 달 새 두 배 넘게 올랐다.

이쯤 되면 돈이 돈이 아니다.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외환위기 대응 차원에서는 정석 대처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라도 페소 가치부터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금리는 사정 봐가며 내리면 된다.

터키도 계속된 위기론 속에서 리라화 가치가 하락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끌어안아 리라를 보호하라”고 충고하지만 금리 처방에 소극적이다. ‘21세기 술탄’이라는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인식이 큰 문제다. 그는 금리를 수급에 따르는 돈값이 아니라 ‘착취의 수단’이라고 여긴다. 최근에는 독립적이어야 할 중앙은행의 금리결정권까지 손아귀에 넣었다.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 사임 소식에 리라화가 또 한 번 급락한 배경이다. 은행 20곳의 신용등급이 일거에 강등된 판에도 터키가 금리 처방을 계속 외면할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 금리가 조기에 ‘정상화’될지도 관심사다. 이 와중에 남편으로부터 ‘대권’을 넘겨받았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현 상원의원)의 ‘2억달러 수뢰노트’가 나와 온 나라가 난리다. 그녀가 ‘페론(Peron)주의자’였기에 국민들 배신감은 더욱 클 것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브라질 경제의 기초가 취약해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의 추락에 전염됐다는 평가다. 경제가 뒷걸음질 치고 빚이 늘어나면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래저래 내실 있는 성장은 꼭 필요하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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