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5개월째 마이너스
동행지수 4개월 연속 하락
선행지수 23개월 만에 100 붕괴
고용·분배 더 악화될 가능성
정부, 경기 진단 변화 주목
[ 임도원 기자 ] 고용·분배에 이어 투자까지 고꾸라지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하강국면 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지표 목표치를 잇따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31일 언론브리핑에서 ‘7월 산업활동 동향’ 조사결과에 대해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다”며 “(기자) 여러분이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할 근거”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하강국면으로의 전환을 선언할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선언할 경우) 굉장한 혼란이 예상돼 다음 전환점을 보며 해석하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가 통계 담당자가 하강국면 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기 진단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산업활동 동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국·중국 통상분쟁,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0.6% 줄어 3월(-7.6%)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가 5개월 연속 위축된 건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지 20년 만이다.
설비투자가 줄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고용상황도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올해 취업자 수 18만 명 증가를 예상했는데 최근 추이를 감안하면 이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7월엔 정부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9%로 각각 낮추기도 했다. 고용상황이 나빠지고 성장률도 떨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지표를 기록 중인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를 보는 시각 역시 점차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 KDI는 ‘경제동향 8월호’에서 “부진한 투자와 완만해지는 소비 개선 추세가 전반적으로 경기 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가 감소하고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나빠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하강국면이라는 것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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