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위선양 기여에 도움돼 vs 불공정한 옛 잔재"… 예체능 특기자 병역면제로 시끌

입력 2018-08-31 18:58   수정 2018-08-31 21:49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의 결승전이 한일 간 대결로 치러지면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핵심 전력인 손흥민 선수(토트넘·사진)를 비롯한 대표팀 출전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를 놓고 해묵은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의 병역을 면제시켜주는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글 수십여개가 올라와 있다. 한 청원자는 “예체능 특기자들은 군대에서도 특기병으로 복무하는 등 이미 특혜를 받고 있는데 면제까지 시켜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예체능 특기로 국제대회서 입상하는 게 국위선양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과거에나 유효했던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포탈사이트 댓글란에서도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1973년 신설된 체육·예술 특기생 병역 특례 제도는 ‘국가이익을 위하여 그 특기의 계발 또는 발휘를 필요로 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자 특례 대상에 ‘월드컵축구대회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 ‘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 추가됐었지만 포퓰리즘적인 특혜 논란에 2007년 다시 삭제됐다. 현재는 올림픽 금·은·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국내외 48개 예술대회 입상자 등에게 군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징병제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예체능 특기자에 지속적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나라는 없다.

기준이 기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당초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최모씨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종목이라도 메달만 따내면 혜택을 받는 반면 정작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위상을 떨치는 슈퍼스타라도 메달이 없어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입대 20일 앞두고 2018아시안게임 정구 종목에서 김진웅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되면서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기세를 더했다.

특히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은 이 같은 병역특례 제도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김대환 씨(25)는 “예체능인들도 자기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데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납득이 안된다”며 “국방부가 병력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군대 대신 산업기관에서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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