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진전 확인되고
대북제재 완화조건 충족돼야
中·러도 '韓 정부 과속' 우려
남북경협, 장점 많지만
투자 안전 보장하기 어려워
[ 이미아/박종필 기자 ]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준다면 행정부에 백지수표를 줄 뿐입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은 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이달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 이전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강 위원장은 “어렵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강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위해선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해당 선언과 관련한 세분화된 법안을 갖춰야 하고, 대북제재도 풀려야 하는데 이 중 어떤 조건도 충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준비 없이 그저 비준 동의만 하면 행정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일 뿐”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우호적 관계인 중국과 러시아 의회 일부 관계자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사실도 전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달 만난 중국과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 모두 ‘북한 비핵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엄청난 보답을 해줘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몇 인사는 ‘국제사회에선 여전히 대북제재를 풀고 있지 않고 있거나 관망 중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간다’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9월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속내를 솔직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여야 모두 남북 문제에 대해선 방법론만 다를 뿐 북한 비핵화와 평화 통일을 이끌어내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대북제재 유지라는 최종 목표는 같다”며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삼일그룹 부회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그는 기업인 시각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남북경협이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투자 안전성’을 꼽았다. 강 위원장은 “북한은 임금이 싸고 여러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1인 독재 체제에서 기업들의 완전한 투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리 좋은 법과 경제특구를 만들어도 언제 어떻게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국회도 함께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산 석탄 반입 논란에는 “주요 환적지인 중국과 러시아에선 원산지 증명 위조가 너무나 쉬운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일이 조사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린 것을 알았으니 부처별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10월께 열리는 외통위 국정감사의 고비용 논란에 대해선 “외통위가 120개국 130개 총영사관을 관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며 “놀다 오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아/박종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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