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稅혜택 과도… 다주택자들, 집 더 사는 수단으로 악용"

입력 2018-09-02 17:38  

임대주택 정책 '혼선'

9개월 만에 수술대 오르는 임대주택 정책

정부 "정책 설계 의도와 달라"
양도·보유·소득세 등 감면에
임대사업자 등록 급속 증가
매물 잠김 초래 '역효과'

새로 산 주택 임대등록 땐
세제혜택 축소로 가닥
전문가 "정책 신뢰도 해쳐"



[ 서기열 기자 ]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은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의 대출·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해방구’ 역할을 해왔다. 기존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를 피했다. 새로 집을 산 투자자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받지 않고 집값의 70~80%까지 대출 받았다. 8년 이상 집을 보유하는 임대사업자가 늘면서 시장에선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고,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계속 늘어났다. 정부가 등록 임대주택에 부여하는 세금·대출 혜택을 줄이기로 한 이유다.

◆“정책 의도와 다른 역효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주택자에게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도입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혜택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의 효과가 처음 설계했을 때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의 오류를 인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세입자가 4년 혹은 8년 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했다. 임대료 인상폭도 연 5% 이내여서 전월세 부담도 적다.

이 같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를 강화하면서도 등록 임대사업자에겐 양도세 중과 배제(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8년 임대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부터는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정상 과세하면서도 8년 임대의 경우 임대소득세를 75% 감면해주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의 과표를 계산할 때 8년 임대주택(6억원 이하 주택)은 합산하지도 않는다. 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기존 주택 가운데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서 등록 임대사업자 수는 작년 말 26만 명에서 올 7월말 33만6000명으로 29.2% 늘었다. 등록 임대주택 수도 같은 기간 98만 가구에서 올 7월 말 117만6000가구로 20% 증가했다.


◆신규 매입 시 혜택 축소

의도는 좋았지만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이 정부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임대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고 이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예외조항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기 억제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기는 것인데 이와 같은 특혜로 억제책이 무력화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된다”며 “임대주택 등록제는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주택 소유자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때 의무 임대기간을 4년, 8년으로 정하면서 주택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져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7단지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338가구로 전체 2634가구의 12.8%에 달한다. 상계주공 7단지의 지난해 1년 매매 건수는 101건이다. 3년치 거래량을 넘는 물량이 임대주택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경기 분당 탑마을 주공아파트는 전체 701가구 가운데 132가구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등록 임대 비율이 19%에 육박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평균적으로 전체 가구 수의 3%가량이 매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혜택 축소는 신규 매입자에 한해 시행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때 주는 세제혜택은 유지한다”며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에서 투자 목적으로 신규 주택을 취득하면서 임대주택을 등록하는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규제 강화와 LTV 규제 신규 적용 방안을 동시에 검토 중이다. 향후 세금 감면 혜택 축소 방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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