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곡식 싹을 뽑아올린다는 뜻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부추김 -장자

입력 2018-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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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풀이

助 도울 조
長 긴 장

맹자가 제자 공손추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설명하면서 송나라 농부 얘기를 들려줬다. 송나라의 한 농부가 자기가 심은 곡식의 싹이 이웃집 곡식보다 빨리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을 일일이 뽑아올렸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말했다. “오늘은 피곤하다. 싹 올라오는 게 더뎌 하나하나 빨리 자라도록 도와줬다.” 아들이 놀라 이튿날 밭으로 달려가 보니 싹들은 이미 말라죽어 있었다.

맹자가 농부 이야기 말미에 한마디 덧붙였다. “호연지기를 억지로 조장하는 것은 싹을 뽑아 올려주는 것과 같다. 조장하면 무익할 뿐 아니라 해까지 끼친다.”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의 조장(助長)은 《장자》 공손추편이 출처다.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이 어디 송나라 농부만의 증상이겠는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농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나그네, 부팅 몇 초 늦다고 모니터 노려보는 사람들…. 모두 조급증 환자다. 씨앗의 법칙은 단순하다. 씨앗을 심어야 싹이 트고, 싹이 자라야 꽃을 피우고,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열매 늦게 맺는다고 꽃을 흔들어 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물은 익혀야 한다. 와인은 익혀야 명품이 되고, 자식도 익혀야 제구실을 한다. 익힌다는 건 때를 아는 지혜, 참고 견디는 인내,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다.

조금 더 여유로워지자. 조금 더 기다리자. 몇 초에 안달하지 말고, 몇 년에 한숨짓지 말자. 오늘 작은 상처가 내일 큰 병을 막아준다. 중턱을 밟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없다. 알이 클수록 오래 품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이 태어난다. 나흘이 길다고 사흘 만에 알을 쪼는 새는 없다. 율곡 이이는 “배움의 효과가 빨리 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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