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1) 자기 몸 건사하기도 바쁜 워킹맘의 정신승리법

입력 2018-09-03 10:01  



딸 둘을 둔 내게 세상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아이들 머리 묶기 주기다.

헤어스타일 관리가 귀찮아서 수십 년간 단발을 유지해 왔는데 딸맘이 됐다고 손재주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묶는다고 묶어 줘봐야 얼마 안 가 사극 '추노' 주인공처럼 '대역 죄인' 스타일이 돼 있기 일쑤다.

어느 날 할머니와 교회에 다녀온 딸의 머리가 이마 가운데서부터 머리끝까지 곱게 땋아 내려져 있었다. 어찌나 예쁘고 단정한지 아이 얼굴까지 단정하고 화사해 보였다.

"엄마 나 겨울왕국 엘사 같지?"라며 신나하는 딸을 보는 순간 조금만 신경 써서 꾸미면 이렇게 예뻐 보이는데 내가 손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너무 방치했었구나 싶어 반성이 됐다.

그나마 한 때 단발머리였을땐 괜찮았는데 공주병에 걸린 딸들은 머리가 길면 무조건 예쁜 줄 알고 절대 자르기 싫다고 성화다.



그 다음날 아침 굳은 각오로(?) 아이를 앉히고 머리땋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이 머리 땋아내리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를 보고 흉내를 내봤지만 여기저기 삐져나오고 붕 떠서 내가 봐도 웃음이 나왔다. 교회 어머님이 땋은 머리와는 완성도부터 달랐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니 더욱 볼품없어졌다.

하는 수 없이 오늘 콘셉트도 '내추럴 포니테일'이다.

이것저것 핀을 사서 꼽아 줘봐도 왜 제자리에 있질 않고 항상 귀 옆으로 내려오는 건지, 당겨 묶으면 아프다고 난리, 느슨하게 묶으면 다시 '대역죄인'.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

아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아이들 스타일에 신경 썼다고.

신발을 사러 간 백화점에서 아이가 마네킹이 입고 있는 드레스를 입겠다고 졸라댔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활용도도 떨어질 것 같아 망설였는데 아이의 요구는 너무 강렬했다.

큰맘 먹고 사준 그 옷을 아이는 딱 한 번 입고 그 후 만지지도 않았다.

'아 아까워. 그 돈이면 내가 네일샵 몇 번은 갔을텐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어디있나.

크면 시키지 않아도 멋부리고 꾸밀 텐데 금방 크는 아이 옷 사는 대신 역시 내 모습이나 신경 쓰자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부 행사에서 우리 딸들의 모습을 본 후배가 직언을 날렸다.

"딸만 둘이라길래 아이들도 선배처럼 예쁘게 입히고 꾸며서 데리고 다닐 줄 알았어요."

이 얘기를 듣고 얼마나 빵 터졌던지.

한강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따라나섰던 아이들은 평소에 편하게 입던 느슨한 옷 착장에 여느 때처럼 단순한 포니테일로 그나마 다 흘러내려 남들 보기엔 후줄근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응, 나는 내 옷만 사. 애들은 크면 알아서 예쁜 옷 많이 사 입겠지 뭐."

나도 한때 인형놀이하듯 아이들 옷사기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출산휴가 중 외출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외국 직구 사이트를 시간 날 때마다 들락거렸던 나.

알록달록 화사한 색감하며 여자 아이들 옷은 왜그리도 다 예뻐 보이는지 2주마다 수십벌의 옷을 외국에서 배송받다 얼마 안가 뼈져린 후회를 했다.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백일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일이 별로 없는데 0-3m 사이즈 옷을 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6-12m도 마찬가지였다. 돌 전에는 그저 내복이 최고라는 진리를 쓰잘데 없는 지출을 어마어마하게 한 끝에 깨달았다.

아이들 옷은 최대한 얻어 입히고 사야할 옷이 있을 땐 세일기간을 이용해 쇼핑한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다'

지난 달에도 쇼핑은 내 위주로, 하지만 아직 브랜드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아울렛 매대에서 특가 세일 옷 맘껏 고르는 행복을 선물했다.

어느날인가 딸이 "엄마는 예쁜 옷이 많아서 좋겠다"고 하길래 "너희들은 앞으로 예쁜 옷 입을 날들이 많아"라고 당당히 말해줬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부모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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