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공동체 '단일통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로 하자

입력 2018-09-04 13:56   수정 2018-09-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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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블로소득]
단일통화 애로점, 양국 신뢰문제 해결에 유용




남북 관계의 훈풍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드려면 경제협력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단일 통화를 발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사용이 대표적 선례다. 이 단일 통화를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암호화폐)로 만든다면 어떨까. 효과가 클 것이다.

지난 2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해 단일 통화를 발행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의 상생 경제 구축을 위한 제언'에서 "대북 투자가 본격화되고 상품·서비스 교역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남북 간 자금결제 방식과 통화 사용 관련 문제를 낳을 것"이라며 "환전을 허용하고 북한 원화와 한국 원화가 자유롭게 통용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도 경제협력의 지향점은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일 통화 사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남북이 서로의 통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 통화 가치를 측정하고 환율을 정해야 한다. 공산 국가인 북한이 환율을 시장에 맡기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어렵다. 단일 통화를 만든다고 해도 환율, 발행량, 위폐 방지 등 검토 사항은 더 늘어난다.

기저에는 남북 간의 신뢰 문제가 깔려있다. 현재의 화해 무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를 파트너로 단일 통화를 발행할 수 있을까? 예컨대 합의보다 많은 양의 화폐를 발행하거나 위폐를 제조하는 등 부당 행위에 대한 의구심을 쉽사리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안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 발행량과 채굴 방식 등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담으면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킹도 어려워 위폐 발행 우려도 적다. 비용 절감 역시 장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폐 제조에 1320억원(2017년 기준)이 들었다.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단일 통화를 새로 디자인하고 설비를 갖춰 발행한 뒤 환수하는 수고를 던다. 기존 지폐 발행과 비교해 많은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비용은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 단위 암호화폐 발행이 선뜻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나라에서 시도 중이다.

인도는 법정화폐 루피와 연동되는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발행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인도 준비은행(RBI)은 지난달 29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태국 중앙은행도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를 시작, 내년 1분기까지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개념증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란도 블록체인 기반 국가단위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를 확보, 경제공동체를 조성한다면 세계적으로 기념비적 사건이 되지 않을까.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지만 한국이 블록체인 상용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단일 통화를 암호화폐로 만드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볼 만하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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