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모습일까.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개막작과 폐막식 등 라인업 공개 뿐 아니라 "이전과 다른 부산국제영화제가 될 것"이라는 각오를 거듭 밝히며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풍파를 겪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면서 이후 영화인들의 영화제 보이콧이 이어졌고, 2018년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의 복귀로 정상화됐다. 끝까지 보이콧을 계속했던 단체들도 보이콧 철회를 결정하면서 4년만에 정상적인 영화제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프로그래머들이 노력해서 좋은 라인업을 발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복귀 소회를 밝혔다.
또 이용관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영화제를 선보이기 전 '비전2040'이란 모임을 구성해 함께 공부했다. 영화제를 끝내고 자체 평가를 해서 올해 연말엔 중장기 기획을 발표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엔 지난 어려운 시간을 마감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도 "모든 보이콧이 철회되면서 다시 영화인들에게 가고 싶은 영화제가 되고 싶다"며 "김동호 전 이사장, 강수연 전 위원장과의 관계도 최선을 다해 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새로운 부산국제영화제를 선보이기 위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화합과 정상화, 새로운 도약이었다. 이를 위해 지역 커뮤니티와 아시아 필름 마켓을 강화하고, 영화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부산 남포동에서 부산지영상, 영화 커뮤니티와 결합회 관객체험 및 참여 중심의 다채로운 부대 행사를 개최한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모퉁이극장, 퍼니콘,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시청자미디어센터 등 총 5개 수행기관과 공동 협약도 맺었다.
필름 마켓은 영상화 가능한 원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분위기에 발맞춰 한국 콘텐츠 선정 규모를 늘리고, 아시아까지 그 범주를 넓혔다. 올해는 일본과 중화권의 도서 원작 콘텐츠 30여 편을 선보이고, 동시에 국내외 방송 업계 관계자에 대한 초청을 강화하여 비즈니스 성과를 도모할 계획이다.
'영화의 어제, 오늘, 내일을 고민한다'는 슬로건으로 부산 클래식 섹션을도 신설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의 보석 같은 작품들과 영화사적으로 재조명이 필요한 영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전 복원작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코너다.
올해엔 한국영화회고전 '이장호-80년대 리얼리즘의 선구자'와 특별기획으로 마련되는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영화, 국가와 역사에 응답하다'는 한국과 아시아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만나고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기대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포스터를 보면서 직간접적으로 느꼈겠지만 올해는 특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화합과 화해를 통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본연의 분위기를 복원시키는 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지금도 그런 맥락에서 일을 해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나영의 '뷰티풀 데이즈'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작품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엔 79개국 232편이 초청됐고, 이 중 월드프리미어 115편이 최초 공개된다.
이나영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영화제에서 '뷰티풀 데이즈'가 첫 선을 보이게 돼 기쁘다"며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나영은 "제가 해보고 싶었던 형식, 이야기였다"며 "그래서 보자마자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도 비극적인 사건을 겪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그걸 감독님이 잘 표현해주신 거 같았다"며 "영화를 찍고 난 후엔 제가 몰랐던 영화적인 스타일을 배울 수 있어서 참여 자체로 좋았던 작품"이라고 윤재호 감독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전양준 위원장은 개막작 선정과 관련 "이야기 전개에 있어 4가지 점에 주목했다"며 "가족해체를 보이면서도 결국은 가족이 복원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주제가 시의적절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폐막작은 홍콩 영화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전양준 위원장은 "제23회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마무리 되는 시점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홍콩의 장르 영화를 택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부산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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