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와 경쟁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족한 현금을 차입금으로 메운 탓에 재무구조가 최근 4년 새 가장 나빠졌다. 공매도 물량도 쏟아지고 있고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질 우려도 커지는 등 자본시장 입지도 좁아들고 있다.
◆내년까지 자본 5兆 감소할 듯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차입금은 7조566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1조9633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의 차입금이 분기말 기준으로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116.3%로 지난해 말(94.6%)보다 21.7%포인트 올랐다. 이 회사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선 것은 2014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기업 재무구조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은 올들어 6월 말까지 326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BOE를 비롯한 중국 패널업체가 ‘인해전술식’으로 저가 제품을 쏟아내면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제품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 LG디스플레이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LCD 사업이 중국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으면자 이 회사는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올 들어 내년 말까지 OLED 설비 구축 등에 16조원을 쓰기로 했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투자금 70%가량은 내부에서 마련할 것이고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내년 말까지 잡힌 설비투자 16조원 가운데 70%인 11조2000억원을 내부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조8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최근 3년(2015~2017년) 동안 이 회사의 연평균 감가·무형상각비는 3조2040억원이다. 이 회사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등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올해와 내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감가·무형상각비+영업이익)은 총 6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설비투자 가운데 내부자금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한 11조2000억원을 마련하려면 EBITDA(6조원가량)를 모두 소진하는 것은 물론 내부 곳간에서 추가로 5조원을 더 퍼내야 한다. 설비투자를 위한 차입금도 조달한다고 밝혔다. 자본(내부현금)은 줄고 부채(차입금)는 늘어는 것이다. 자산매각을 비롯한 유동성 확보 대책이 없다면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 악화 추세는 내년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몰리는 공매도 물량
LG디스플레이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자본시장과 투자자도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정에서는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이 회사 전체 주식 거래량(4억1019만3107주)에서 공매도 거래량(5561만9984주)이 차지한 비중은 13.55%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 비중으로 주식시장에서 상위 11위다. 이 회사 주가는 공매도 영향 등으로 올들어 23일까지 26.08%(7800원) 하락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5월 LG디스플레이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가 내년 이후 OLED 사업에서 얼마나 빨리 투자금을 회수할지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책임연구원은 “경쟁업체 기술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OLED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중소형 패널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만년 적자를 냈던 OLED 사업이 올 3분기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수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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