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진심'을 확인하라… 특사단, 문재인 대통령 친서 들고 '평양 담판'

입력 2018-09-05 20:36  

특사단 訪北

北 비핵화 모멘텀 살아나나

김영철·이선권과 고려호텔서
환담 후 모처로 이동 공식회담

싱가포르회담 이후 환상 꺼진
美·北 절충점 찾는 역할 '막중'
'先비핵화-종전선언' 교착 풀릴까

北 종전선언 관련 첫 입장표명
"당사국 정치적 의지 있으면 가능"



[ 이미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면담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문(文)의 중재 외교’가 다시 한번 효과를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친서 들고 김정은과 면담

5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특사단은 4일 오전 7시40분 공군 2호기를 타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배웅했다. 특히 천해성 통일부 차관 오른손에 문 대통령의 친서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갈색 가방이 들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전 9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오후 확인했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일행을 영접했다. 9시33분께 고려호텔에 도착한 뒤 38층 회의실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선권 등과 약 20분간 환담했다. 이후 김정은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특사단은 만찬을 마친 뒤 서울공항으로 돌아왔다.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이달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한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 판문점 선언 이행을 통한 남북 관계 진전 방안,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 달성 방안 등 세 가지 테마를 집중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 친서를 통해 김정은에게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 선언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의 당위성을 전달했다.

◆‘거품 꺼진 현장’의 미·북 가교 역할

특사단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서로 ‘거품과 환상’이 꺼져 버린 미국과 북한 사이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았다.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보다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키면서 양측 간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북 특사단이 남북 관계의 독자성을 발휘해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창의적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한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에 근거해 북·미 대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단 대화라는 물이 있는 우물가로 북한과 미국을 데려가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며 “물을 마시는 건 북한과 미국 양측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北 “종전 선언, 의지만 있으면 가능”

북한 매체들은 5일 대북 특사단의 방북에 대해 침묵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대내외 매체들은 지난 3월과 달리 이날 특사단의 도착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3월5일 특사단 방북 당시엔 당일 오전 2시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을 특사로 하는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대표단이 곧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는 예고 보도를 했다. 또 평양 도착 및 이선권의 공항 영접 등 중간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종전 선언 채택은 재차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 외무성은 특사단 방북 전날인 4일 홈페이지 ‘공식 입장’ 코너에 김용국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 명의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란 소논문을 올렸다.

외무성은 이 글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 조성에서는 무엇보다도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발현으로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첫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적대와 모순의 홈이 매우 깊고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시간을 요구하는 공정”이라며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 선언을 채택해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종전 선언 문제는 판문점 북남 수뇌회담과 조·미 수뇌회담의 정신에 비춰볼 때 이미 결실을 봤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은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에 진정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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