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 선거욕심에 기술주 상승세 중단될까

입력 2018-09-06 08:10   수정 2018-10-06 00:32


기술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본격화될까요. 잘나가던 기술주들이 이런 우려에 5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폭락했습니다.

트위터가 6.06%, 넷플릭스가 6.17% 급락했고 페이스북 2.33%, 아마존 2.19%, 알파벳 1.01% 떨어졌습니다.

이날 기술주 약세는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대선 개입 관련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상원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에게도 출석을 요청했지만, 구글이 응하지않자 ‘분노’의 표시로 빈자리로 남겨뒀습니다.

민주당 중진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는 "(이들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며 "의회는 소셜미디어 규제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미 법무부였습니다.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 법무부의 데빈 오말리 대변인은 성명서를 내고 "제프 세션스 장관이 이달 중 주법무장관들을 소집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경쟁을 해치고 의도적으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억압한다는 우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반독점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해 "불법을 바로 잡겠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입니다.

월스트리트 일부에선 법무부가 이날 공교롭게 이런 성명을 발표한 건 '기술기업 때리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기업들을 이슈로 삼아야할 이유가 많습니다.

①기술기업들은 민주당 지지자다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왕따’를 당해 올 초 실리콘밸리를 떠나 로스앤젤레스(LA)에 새로 둥지를 틀 정도입니다.
중요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들의 군기를 확실히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②트럼프의 표밭은 기술기업들을 미워한다

=트럼프의 표밭인 미국 중부와 남부 백인들은 기술기업을 미워합니다.
서부와 동부 해안가의 기술기업들은 각종 혁신을 통해 전통 제조업과 농업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기술기업을 괴롭히면 표는 더욱 결집될 수 있습니다.

③우드워드 책 사건을 덮으려면 상당히 센 이슈가 필요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전날 기사로 쓴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의 폭발력은 상당합니다.

이 책은 11일 출간됩니다. 일부만 소개됐는데도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 책으로 인한 잡음을 덮으려면 초대형 이슈가 필요합니다.
애플과 아마존 등 기술주들이 잇따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다면 그 파장은 우드워드 책을 삼킬 수 있습니다.

④우드워드가 몸담은 워싱턴포스트의 대주주는 제프 베저스다

=’눈엣가시‘ 밥 우드워드가 몸담은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소유입니다. 이래저래 기술주가 미울 수 밖에 없습니다.

⑤기술기업들은 모두 이민 옹호

=기술기업들은 이민에 대해 찬성하고 있습니다. 회사별로 이민자 엔지니어가 10~2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반이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자극하는 좋은 이슈이죠.

독점, 데이터보호, 정치적 편향성 등은 기술기업들의 아킬레스건입니다.
뉴욕 증시를 견인해온 기술주의 상승세는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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