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 금융부 기자)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따져보니 40대 여성이 최대라는 통계가 나왔다고 합니다. 종합자산관리 앱(응용프로그램) ‘뱅큐’가 자사 앱을 이용하는 1683명의 1만3728개 은행 계좌를 분석한 결과라면서 보도자료로 내놓은 건데요. 이 보도자료만 보면 모든 연령대가 자산 대비 부채 보유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40대 여성의 경우 1인당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341%로 매우 취약한 것으로 다뤄집니다.
이 통계대로면 40대 여성이 1인당 갖고 있는 부채가 자산 대비 세 배가 넘는다는 얘기인데요. 그렇다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국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얘기거든요. 이를 본 한 금융계 전문가는 “매우 이상한 통계”라며 “1인당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다면 당장 비상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은행들도 하나같이 ‘이상한 통계’라고 분석합니다.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를 보면 개인(소상공인 포함)의 총 금융자산이 총 금융부채를 항상 웃도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뱅큐의 통계 결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될거라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도대체 이 통계는 어떻게 나온 걸가요. 뱅큐 측이 발표한 통계 결과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뱅큐 측은 연령대별 1인당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을 20대 남자 118%(자산 942만원·부채 1115만원), 20대 여자 154%(자산 586만원·부채 905만원), 30대 남자 216%(자산 1897만원·부채 4094만원), 30대 여자 206%(자산 1409만원·부채 2903만원), 40대 남자 214%(자산 2284만원·부채 4897만원), 40대 여자 341%(자산 1219만원·부채 4160만원) 등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통계의 기반이 되는 금융자산과 부채비율은 어떤 근거로 집계된 걸까요? 뱅큐 측은 “금융자산의 범위는 자사 앱 이용자 중 공인인증서를 통해 은행 자산을 등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출금 은행계좌와 예·적금, 펀드, P2P(개인 간 거래)투자 자산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증권이나 실물 자산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부채 역시 앱 이용자의 입출금 은행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대출 내역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일부 앱 이용자의 은행계좌 분석만으로 자산규모나 부채 규모를 파악, 분석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한국은행 통계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지난해 말 기준)은 218%입니다. 이때 한국은행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이나 부채 잔액을 총 인구로 나눠 1인당 규모를 계산하면 실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총 규모로 전반적인 수준을 가늠해보는 정도가 적절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총 금융자산은 3667조6000억원, 금융부채는 1687조3000억원입니다.
실제로는 금융부채보다는 자산이 두 배 가량 더 많은 상황입니다. 뱅큐 측의 분석처럼 부채가 자산의 몇 배씩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일부 통계만을 근거로 앞세워 한국 경제의 전반을 분석한 듯 ‘빚 없이 못사는 한국인’이라는 식의 제목을 달아 분석 자료를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닐까요. 뱅큐 측이 이용자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이끌어내보려는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금융계 일각에선 “도리어 뱅큐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졌다”고도 말합니다. (끝) /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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