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대장주' 툴젠, 특허 논란에 하한가

입력 2018-09-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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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 빼돌렸다" 의혹…코스닥 이전 상장 차질 우려

서울대, 특허 의혹 감사 착수
회사측 "사실 아니다" 전면 부인

"툴젠 신뢰도 하락 땐
코넥스 시장 위축 불가피"



[ 이태호 기자 ] 코넥스시장 대장주인 툴젠의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대가 산학협력단에 돌아가야 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권이 부당하게 툴젠에 넘어갔는지 감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툴젠은 “적법한 계약에 근거해 특허를 이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 중론이다. 권리 침해 논란의 대상인 유전자 가위기술은 유전체(genome)를 자르거나 삽입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로, 툴젠 기업가치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툴젠은 10일 코넥스시장에서 가격제한폭(14.99%·1만8800원)까지 급락한 10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부당한 특허 침해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장주 신뢰도 추락에 따라 코넥스시장 위축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정밀분석 계획”

서울대는 전날 툴젠 소유의 유전자 가위 특허권과 관련해 “자체조사에서 전문적인 권리 평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예비감사 후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분석 결과 권리를 침해당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울대는 지난 7일 한 매체가 보도한 ‘툴젠의 특허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해 설명자료 형태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툴젠 지분 21.3%를 보유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서울대와 나눠야 할 특허권까지 모두 회사로 빼돌렸다. 김 단장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9억여원의 지원을 받아 핵심 기술을 완성해 놓고 툴젠이 연구비를 모두 지급한 것처럼 직무발명 신고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서울대는 설명문에서 김 단장이 교수 시절 수행한 연구 관련 권리를 모두 가져간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툴젠이 2011년 자발적으로 자연과학대와 화학부에 5만 주씩 모두 10만 주(전체 발행주식 약 580만 주의 1.7%)를 발전기금 형식으로 양도해 이미 상당한 권리를 이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스닥 이전 상장 제동

툴젠은 세 번째 상장 도전 과정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회사는 지난달 17일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 상장 심사 담당자는 “회사 및 주관사 등과 사안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상장 심사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은 툴젠이 이번 논란을 매듭지을 때까지 상장 승인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승인 뒤 곧바로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거래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현시점에서는 승인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툴젠이 2015년과 2016년 심사를 청구했을 때도 특허권의 실효성 논란을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예비심사 기간은 영업일 기준 45일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코넥스시장 충격 우려도

툴젠의 특허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코넥스시장 전반의 신뢰 하락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코넥스는 성장 초기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2013년 문을 연 시장이다. 높은 투자 위험을 감안해 기본예탁금을 1억원 이상으로 제한했지만, 소액투자 전용 계좌를 활용하면 일반인도 투자할 수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대장주인 툴젠의 신뢰도 하락은 코넥스시장 위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툴젠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종문 툴젠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툴젠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2012년 11월20일 지분양도 계약을 체결하고 유전자 가위 기술의 핵심적인 첫 번째 특허를 이전받았다”고 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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