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로 바뀐 에비앙 우승땐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
자존심 회복 '절호의 찬스'
박성현도 에비앙 '정조준'
쭈타누깐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1위·다승왕 굳힐까
[ 이관우 기자 ]
‘골든 슬래머’ 박인비(30)에게 오는 1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챔피언십(총상금 385만달러)은 꼭 풀어야 하는 숙제다. ‘진짜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가 아니다!’는 일부 시선에서 자유로울 마지막 퍼즐이자 메이저에 강한 여제의 면모를 잃어간다는 세간의 지적을 잠재울 호기여서다. 박인비는 2015년 에비앙 출전이 마지막이었다.
박인비 3년 만의 출전 “때가 왔다!”
박인비는 “LPGA 투어가 인정해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미 4개의 ‘논란 없는’ 메이저 타이틀을 수집한 터다. US여자오픈(2008)과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2013·현 ANA인스퍼레이션), 웨그먼스LPGA챔피언십(2013·현 KPGM위민스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2015)이다. 여기에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이 더해져 붙은 별명이 ‘골든슬래머’다.
하지만 찜찜함이 남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개가 아니라 5개의 메이저를 ‘메이저 대회 지위를 확보한 이후 모두 제패해야 한다’는 해외 일부 매체들의 주장이 대회 때마다 여전히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박인비는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 대회로 격상된 2013년 이후가 아닌 2012년 당시 대회명인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른바 ‘골든슈퍼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여자골프 역사상 아무도 이루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박인비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를 쉼 없이 대회로 이끄는 여러 동력 중 하나다. 박인비는 대회 출전 스케줄도 타이거 우즈(43)처럼 메이저 중심으로 운용하며 샷감과 퍼트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이 들기 전에 아이를 갖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는 와중에도 컨디션 관리엔 소홀함이 없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 시즌 열린 25개 경기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12개 대회만 소화해 감이 생각만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출전한 2개의 메이저 대회(KPGM위민스PGA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연속 커트 탈락한 게 걸리는 대목이다. 큰 대회에 강한 여제의 면모가 퇴색했다는 평도 나온다. 퍼팅은 여전히 날카로운 편이다.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퍼팅 수가 1.75로 5위다. 하지만 아이언샷 적중률이 35위(71.45%)로 밋밋한 게 아쉽다. 그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조금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자주 말했다. 긴 거리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퍼팅도 원하는 수준으로 바짝 날이 서지 못했다는 자체 분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의 드라이버 거리는 247.29야드로 시즌 124위다.
또 다른 ‘朴’이 터질까
에비앙을 정조준한 박성현(25)의 목표도 뚜렷하다. 그가 이 대회를 제패하면 2015년 박인비 이후 3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2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박성현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준우승해 좋은 기억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안니카 어워드’도 확정하게 된다. 안니카상은 한 시즌 5개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 시즌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4명의 서로 다른 선수가 챔피언에 오른 만큼 에비앙 우승은 곧 안니카 어워드로 직행하는 길이다.
라이벌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따돌리고 세계랭킹 1위를 견고하게 다지는 것도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다. 올 시즌 나란히 최다승(3승)을 기록 중인 박성현(8.14)과 쭈타누깐(8.01)의 랭킹 격차는 0.13점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1위 자리가 뒤바뀔 수도 있다. 박성현이 에비앙에서 쭈타누깐에 밀릴 경우 세계랭킹 1위를 포함한 모든 주요 경쟁부문(상금, CME레이스포인트, 평균타수, 올해의 선수)에서 ‘쭈타누깐 천하’가 될 가능성도 크다. 쭈타누깐은 이 부문 현재 랭킹 1위다. 박성현의 각오가 남다른 배경이다.
박성현이 우승할 경우 한국 선수는 2010년 신지애(30)가 한국인 첫 승을 일군 이후 2년마다 우승컵을 차지한 징크스를 이어가게 된다. 2014년 김효주(23), 2016년 전인지(24)가 각각 챔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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