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에 시총 20%를 날린 대만회사

입력 2018-09-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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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식이야기
이문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펀드매니저



지난달 12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미국 LA를 경유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곳에 진출한 대만계 커피·베이커리 전문점 ‘85℃’(이하 85도씨)에서 10여 분간 머물며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당시 점포의 한 대만인 직원이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았고 이 뉴스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85도씨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이 회사의 주가는 이틀 동안 무려 20% 급락, 시가총액 3억달러(약 3300억원)가 증발했다.

85도씨는 2003년 대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대만을 포함해 중국, 미국, 호주 등에 1000여 개 매장이 있는 유명 브랜드다. 작년 말 기준 대부분 프랜차이즈 형태인 대만매장은 430개로 매출비중은 17% 정도에 그친다. 580개의 직영점을 보유한 중국사업은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한다. 미국은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47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출기여도는 대만 사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 대만 주식시장에 상장한 85도씨의 비즈니스모델은 원래 프랜차이즈형 빵집이었다. 좌석이 없는 작은 평수의 매장이 대부분이고 품목도 빵 위주였다. 공격적인 확장으로 매장 수와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신규 점포 개업 후 1~2년이 지나면 동일점포당 매출성장률이 급격하게 꺾이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85도씨는 수년 전부터 모든 매장을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면적을 늘리고 테이블도 배치했으며 커피, 음료, 케이크 등 품목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회사의 현재 매출구조는 빵, 커피, 케이크류가 3분의 1씩 차지하고 있다. 고객당 단가도 올라가고 반복구매율도 예전보다 개선된 셈이다.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지역마다 센트럴키친시스템을 도입했고, 하나의 센트럴키친은 최대 100개의 점포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위당 재료비, 물류비, 인건비를 절감했으며,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 들어 중국 위안화 환율 약세와 미국 진출 등 비용증가로 매출증가율과 수익성이 주춤했지만 중국, 미국사업의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 중국인들의 커피소비는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사업의 마진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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