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부겸 장관의 뒤늦은 경고

입력 2018-09-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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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 지식사회부 기자 ihs@hankyung.com


[ 이해성 기자 ] 여권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1일 “전 직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엄중히 요청한다”는 서신 형태의 자료를 배포했다. 본부 소속 직원이 자치단체 직원에게 ‘막말 갑질’을 했다는 의혹, 일부 산하기관 직원의 금품수수 혐의 포착 등 잡음이 이어지자 내린 조치였다. 김 장관은 “얼굴을 들 수 없다.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히며 3500여 명의 행안부 직원들에게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김 장관이 서신을 배포할 때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동시에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행안부 대변인실을 통해 내놨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 “1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지방자치와 관련된 모든 법령을 뜯어고치거나 새로 만들겠다는 선언만 가득했다. 행안부 대변인실은 “자치분권위 소관”이라며 거리 두기에만 급급했다.

기자단이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자치분권위 관계자들이 마지못해 단상에 올랐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해 보였다. 또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안 된다” “자치분권위 위원들 구성이 복잡하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막으려는 기재부와 이를 촉진하려는 행안부 간 상충된 이해관계를 위원회가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급조하는 위원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자치분권위는 김 장관이 당연직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실무를 맡는 기획단 직원들도 행안부 소속이 대부분이다. 자치분권위와 행안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날 두 조직이 연출한 모습은 업무상 연관이 없어 보였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은 지난 11일 보낸 공직기강 확립 서신에서 “자치분권, 지방재정개혁 등 부처의 핵심 과제 외에도 국민생활과 연계된 모든 일에 행안부가 힘을 보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장관이 핵심 과제를 자치분권이라고 강조한 바로 그 순간, 행안부와 자치분권위는 서로 책임을 떠밀며 엇박자를 냈다. ‘국민’ ‘안전’ ‘혁신’ 등 거대 담론을 말하기 전에 ‘직원 단속’이라는 업무기강 확립을 먼저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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