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경영환경에 자영업 어려움 가중
새 비즈니스 모델로 돌파구 마련하길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하루 종일 울려대는 카톡방이 있다. 제조업을 혁신하고자 아이디어를 짜내는 전문가 집단의 카톡방, 블록체인 시대의 법률 문제를 논의하거나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는 사업가·전문가·언론인들의 카톡방,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자동화 시대에 개인은 어떤 기술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카톡방 등이다.
이들 카톡방의 공통 주제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국 제조업의 새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고,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탈(脫)중앙화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고 사회를 운영하는 바람직한 제도는 무엇인가. AI로 대표되는 자동화 시대 개인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제조업, 스타트업, 기존 기업, 국가, 개인 할 것 없이 모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예전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자영업자는 타의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하게 생겼다. 저임금에 의존하는 저부가가치 자영업은 하지 말라고 정부가 압박하는 형국이다. 필자의 지인 부부가 운영하는 약국에는 보조자가 매일 일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 보조자의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그 자리를 배우자가 채우기로 했고 약국에 키오스크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조자는 소득의 절반을 잃었고 지인인 그 배우자는 안 하던 노동을 추가로 하기 시작했다. 자동화기기 키오스크 업체만 이득을 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돼가고 있다.
일본, 독일을 추격하기는커녕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는 한국 제조업 역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의 예외없는 적용이라는 내부 변수까지 돌출했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상황이다.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 외국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어쨌든 경제 주체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필자도 여러 기업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행히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콘볼루션 인공신경망 기술’은 기존 제조업의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혁신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화공단에 있는 한 제조업체는 필자의 연구팀과 함께 AI 비전검사기를 개발하고 있다. 새롭게 발견된 ‘적대적 생성망’이란 AI 기술은 아직은 초기지만 제약 등 신물질 개발 기업의 연구개발(R&D)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 건강관리 기업은 데이터와 AI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이다. L가전 회사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가전제품 500만 대를 판매했고 이들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AI로 실시간 분석,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미국 포드사는 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고 싶으면 앞차에 암호화폐를 제공해 양보를 받아내는 방법을 특허로 등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지난달 31일 자사 블록체인인 링크체인(Linkchain)에 기반해 ‘링크(LINK)’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했고, 이에 뒤질세라 카카오는 자사의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오는 10월 공개하고 보상형 코인 ‘클레이’를 발행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을 입력해 경제적인 산출을 내는 기제인 동시에 하나의 제도로서 사회적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을 활용해 재산권을 보호, 활용하면서 거래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주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산출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사회와 국가는 번영하고 이를 만들어낸 개인과 기업은 부를 창출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 가격에 과격하게 개입하고(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된 정책을 모든 산업에 강제하고(주52시간 근무제), 멀쩡한 기존 산업(원전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지도 모를 신산업(블록체인·암호화폐산업)은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 경제 주체인 기업, 창업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해주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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