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페미니스트지?"… 페미니즘 영화 출연 소식에 배우 정유미에게 가해지는 온라인 린치

입력 2018-09-14 14:27   수정 2018-09-1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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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지식사회부 기자)배우 정유미(사진)를 향한 온라인 린치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차별을 주제로 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가 확정된 가운데 지난 12일 배우 정유미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인데요. 정씨를 겨냥한 악플 공격과 이에 반발하는 옹호 글이 뒤섞이면서 성대결로 비화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4일 정씨의 SNS 게시글에는 댓글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3300여개가 달렸습니다. 여행 중 찍은 사진이었지만 댓글들은 정씨의 영화 출연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습니다. “실망스럽다”,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전부 보이콧하겠다” 등의 항의성 댓글부터 육두문자가 섞인 노골적인 비난과 여성혐오적인 인신공격성 내용까지 악플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여성들도 악플 작성자들을 비난하고 정씨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면서 정씨의 SNS계정은 성대결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정씨를 응원한다고 밝힌 한 여성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돈으로 매수하는 영화에는 아무말 없다가 여성의 차별을 다룬 영화에만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명백한 여성혐오”라고 썼습니다.

여성 연예인이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의혹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집단적인 린치를 당한 것은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가수 아이린은 지난 한 인터뷰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있다고 말한 뒤 페미니스트로 몰리며 브로마이드가 불태워지기도 했는데요. 아이돌 가수 소유와 설현도 성폭력 범죄 수사에 경찰이 소극적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가수 수지는 유튜버 양예원 씨의 성폭력 가해업체로 지목된 스튜디오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하고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가 청와대 게시판에 사형 청원 글까지 올라오는 등 곤혹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성대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성들 사이에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反페미니즘 정서가 배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혜화역 시위 등 최근 여성들의 운동이 거세지면서 국내 남성들에게 내재돼 있던 반페미니즘 정서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편이 성추행범으로 몰려 징역 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실형을 살게 됐다며 남편의 억울함을 해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14일 기준으로 28만명 이상이 동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인데요.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문화에 더해 최근 경기불황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성대결로 비화될까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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