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밥굶는 사람은 없어"
“초등학교 6학년 때 일기장을 들춰보니 사당오락(四當五落:네시간 자면 붙고 다섯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예전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갔는데 그 어린게 시험에 붙어보겠다고…”
1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8실패박람회’ 실패문화콘퍼런스에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렇게 말하자 방청객들의 폭소가 터졌다. 김 장관은 “프로야구선수들은 세 번 투구에서 한 번만 치면 톱 플레이어로 인정하는데 인생은 왜 그렇지 않나”라며 “한번 실패하면 인생에 낙인을 찍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16일까지 사흘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2018실패박람회가 이날 개막했다. 행안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이 행사는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실패’를 주제로 중앙정부가 개최한 첫 행사다. 김 장관은 본인이 학창시절 겪었던 수 차례 입시 실패 경험을 토대로 이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에 참석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재기를 돕는 게 가장 중요한 창업 정책”이라며 “좌절을 겪은 소상공인들이 일어설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이노 겐지 국제실패학회 부회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례를 언급하며 ‘실패학’을 설파했다. 실패학은 실패에서 축적된 경험을 학문으로 구현한 것으로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다. 겐지 부회장은 2008년 일본 도호쿠대에서 열린 ‘버드맨 콘테스트’에서 동력장치 없는 비행기가 36㎞를 날아간 것을 언급했다. 겐지 부회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체를 개발하겠다며 평생 몰두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며 “다빈치가 반복한 실패는 500년 후 도호쿠대에서 성공했으며, 모든 과학기술의 성공은 실패의 축적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통섭’이란 말을 국내에 널리 퍼뜨린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은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무지하게 열심히 하면서 굶어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고, 많이 실패해봐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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