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자율 확대·규제 대폭 완화
투자 늘려 '생산→소득→소비' 활성화
[ 하헌형 기자 ] 자유한국당이 16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성장 담론으로 자율 경제를 근간으로 한 ‘국민 성장론’을 제시했다. 국가 책임을 강조한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경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게 골자다. 지난 7월 중순 취임 후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두고 ‘국가주의’라고 비판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또다시 가치 논쟁에 불을 댕긴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한국당 지도부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때의 성장 담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며 “무턱대고 소득을 올리려 하는 정책 대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소득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성장 모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경로를 ‘소득→소비→투자→생산’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경제의 ‘축소 재생산’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경제의 기본 원리로 돌아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생산→소득→소비’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 방식을 민간 주도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는 각종 규제는 풀지 않으면서 수시로 국가 예산을 들여 보조금을 남발하고 있다”며 “국민 성장 모델은 우리 국민의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생산력을 높이고 시장의 자율 배분 기능을 강화하는 자율주의적 성장론”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정부와 여당은 우리 국민을 규제와 관리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여겨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쓰고 있다”며 “국민의 창의성과 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이런 행위의 대못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는 시장에 필요한 지원만 보충적으로 하는 탈(脫)국가주의적 정책 패키지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개혁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규제는 ‘네거티브(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 방식으로 하는 게 맞다”며 “국회가 상임위원회별로 규제개혁 관련 법안을 한꺼번에 올려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또 “최근 문제가 된 최저임금도 결정 권한을 광역단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고용 쇼크’와 집값 급등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담론 제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탈국가주의 담론에 이어 한국당이 잇달아 사회적 의제를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추석이 지난 후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 성장론의 세부 실행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 성장론에 대해 “대기업 중심의 ‘투자 만능론’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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