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고용부 산하기관도 파업

입력 2018-09-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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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직원 반발·조직운영 부담에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합의

비정규직 80%인 강사들 동의 못해
"우리가 핵심 업무…직고용해야"
수개월 집회 이어 18일 파업 예고

기대치 높여놓은 정부 발표에
공공기관 곳곳서 노사 갈등



[ 백승현 기자 ] “본사가 직고용해 달라.”(잡월드 강사), “자회사 정규직도 정규직이다.”(잡월드 사측)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관인 한국잡월드 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측이 정부 규정과 예산 부담 등을 내세워 ‘자회사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발표하자 비정규직 직원들은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18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잡월드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면 파업을 선언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사측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대량해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밀어내기식 지시와 공공기관들이 실적 쌓기식으로 무리하게 벌인 정규직 전환의 부작용이 주무부처의 산하 기관에서 가장 먼저 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고용부가 고용보험기금 2000억원을 투입해 2012년 설립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 채용’ 계획 합의문을 도출했다. 오는 11월 자회사를 출범하고 12월까지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합의문에는 노·사 대표 9명씩 18명으로 구성된 위원 가운데 강사직 대표 3명 중 2명을 제외한 16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강사직 근로자들은 협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다며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이 커진 배경에는 잡월드의 독특한 인력 구성이 있다. 잡월드는 총 389명의 직원 중 정규직이 51명뿐이다. 나머지 338명(87%)은 모두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다. 그중에서도 시설물·주차 관리, 경비·청소직 등을 제외한 275명은 83개 체험실과 직업상담 등을 맡고 있는 강사직 근로자다. 기존 정규직보다 6배나 많은 인력을 정규직화할 경우 기존 직원들이 반발하고 조직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대규모 직고용 대신 자회사 채용 방식을 결정했다.

잡월드 측은 합의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정원과 예산을 늘려주지 않는 한 자회사 방식의 고용안정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강사직 근로자들은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영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장은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자회사 방식은 소속 업체만 달라지는 것일 뿐 임금·처우는 달라지는 게 없다”며 “재논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대량해고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잡월드 측은 지난 7월 말 노조의 실내집회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옥내집회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위당 6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최근 노동위원회에서의 조정 결렬로 파업권을 확보한 만큼 18일부터 전면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강사직 근로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가 장밋빛 공약에 대한 ‘시간표’를 정해놓고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체계·전환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마치 모든 비정규직을 직고용할 것처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치만 잔뜩 올려놓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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