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0년 넘은 서울스퀘어 '1조 몸값' 된 비결

입력 2018-09-16 19:29   수정 2018-09-17 10:29

강남보다 싸고 수익률 높아
서울역세권 개발·GTX 등 호재
NH證 "미래가치 높다" 베팅



[ 김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16일 오후 2시15분

NH투자증권이 서울역 앞에 있는 서울스퀘어 빌딩(사진)을 약 1조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투자은행(IB)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이 모두 일할 수 있는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 1974년 교통부가 짓다 만 교통회관을 사들여 1977년 완공한 이후 기업들의 흥망성쇠와 함께 수차례 주인이 바뀐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 건물이다.

2009년 서울스퀘어로 바뀌기 전 이름은 대우센터빌딩. ‘세계경영’을 표방한 대우그룹의 전초 기지였다. 현재까지도 연면적(13만2806㎡)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빌딩의 운명은 기구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대우건설이 보유하다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2007년 모건스탠리가 이 건물을 9600억원에 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 2010년 싱가포르 알파인베스트먼트에 8000억원을 받고 ‘손절매’했다.

알파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뒤 상황은 더 나빠졌다. 광화문, 을지로가 서울 도심권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입주해 있던 대기업들이 짐을 쌌다. 설상가상으로 인근에 신축 빌딩이 들어서면서 서울스퀘어의 공실률은 40%를 넘었다.

분위기가 개선된 건 2015년 하반기부터다. 최고 교통 요지인 만큼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 서울 사무소와 출장이 잦은 외국계 기업, 해외 공관 등이 서울역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을지로, 광화문에 비해 임대료가 싼 이유도 있었다.

올 들어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에 약 2만㎡를 빌려주면서 한꺼번에 공실을 해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공실률은 2.5%에 불과하다.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알파인베스트먼트는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정해 비공개 입찰을 받았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뛰어들었다. NH투자증권은 싱가포르 최대 선박기업인 케펠(Keppel) 계열 케펠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케펠자산운용은 지분 투자금(4200억원)의 10%가량인 약 420억원을 넣고 부동산펀드의 운용도 맡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케펠은 이미 알파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서울스퀘어에 투자하고 있다”며 “서울역 일대의 미래 가치를 보고 재투자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써낸 가격은 3.3㎡(평)당 2450만원. 최근 3.3㎡당 3000만원을 넘어선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보다 가격이 싼 데 비해 수익률은 연 6%대로 1~2%포인트가량 높다는 점이 ‘과감한 베팅’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B노선과 수도권철도 신안산선 등이 서울역에 정차할 계획인 데다 코레일 본사 부지의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도 재개될 예정이어서 더 오를 여지가 있다.

유명한 메이트플러스 리서치파트장은 “유럽 미국에는 100년 이상 된 ‘클래식 빌딩’이 즐비하지만 한국에선 삼일(31)빌딩, 서울스퀘어, 63빌딩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며 “이들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은 가치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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