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그를 규제하는 사회 속에서 선한 것이지
그 사회를 벗어나면 추악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간이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인간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져왔다. 인간 근원에 대한 이 질문은 그 누구도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각각의 답변에 반례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선하다고 주장하는 성선설은 죄책감을 딱히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는 것으로 반박된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악하다고 주장하는 성악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도 한 번쯤은 사회에서 ‘선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반박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습득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성무선악설은 아무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악한 사람이 있다는 점으로 반박된다. 어느 주장이 맞는 주장일까? 성선설이 맞는가, 선악설이 맞는가, 성무선악설이 맞는가? 위 질문에 답변하는 데 도움을 줄 책이 바로 《파리대왕》이다.
이 책의 제목 《파리대왕》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최소한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러움, 추악함의 상징인 파리, 그리고 그들의 왕인 파리대왕(악마 바알제붑)을 제목으로 한 이 책은 전쟁 중 무인도에 추락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댓 명 정도 되는 이 소년들은 과연 무인도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과연 15소년 표류기처럼 희망찬 생활을 해나갈까? 처음에는 이 책에서도 희망찬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강력한 리더, 그를 보좌하는 지식인, 단합이 잘 되어있는 단원들에 민주주의적으로 리더를 뽑고 의견도 차근차근 내고…. 수레바퀴 굴러가듯 일이 잘 진행된다. 그러나 점점 이 소사회는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인간의 본성인 쾌락을 이기지 못한 소년들은 하나둘씩 타락해 간다. 협박, 고문, 심지어 살인까지. 사회에 있을 때 이런 행동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은 때 묻지 않은 소년들은 자신들만의 사회에서 점점 이 책의 제목 ‘파리대왕’처럼 악마로 변해간다.
작가 윌리엄 골딩은 이 책에서 인간 본성의 결점을 그려낸다. 인간의 본성은 그를 규제하는 사회 속에서 선한 것이지 그 사회를 벗어나면 추악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지만 독자에게 인간 선악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던져준다.
김기현 생글기자(홈스쿨) kimkihyunof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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