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에틸렌 생산 경쟁 불 붙었다

입력 2018-09-17 18:07   수정 2018-09-19 18:50

산업 INDEX

정유·화학 산업 리포트

정유업체, 에틸렌 사업 진출
에쓰오일, 5조 투자 검토
GS칼텍스도 생산 예정

LG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는
나프타 분해시설 증설 나서

일부선 "공급 과잉" 우려도



[ 박상익 기자 ]
국내 정유·석유화학 회사들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틸렌은 한 국가나 기업의 석유화학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석유화학사에 공급해 왔지만 이제 나프타를 직접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석유화학사들도 국내외 석유화학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증설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22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하류시설(ODC)을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업 비용만 5조원이 투입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스팀 크래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고온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이 사업으로 에틸렌을 연간 150만t 생산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이번 발표를 본격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유사의 에틸렌 사업 발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공장 부지에 에틸렌 70만t, PE 50만t을 생산하는 2조6000억원 규모의 올레핀생산시설(MFC)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2021년 말부터 매년 에틸렌 75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1974년 국내에 NCC를 처음 세운 SK는 SK인천석유화학과 SK종합화학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를 통해 중국에서 에틸렌과 PE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에선 더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수급 불안과 유가 변동은 정유사의 이익률을 깎아먹는 원인이다. 그러나 석유화학 시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따라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정유사들은 나프타를 기존 석유화학사에 공급하는 대신 자체 처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에쓰오일이 에틸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에틸렌 생산량이 국내 4위로 올라선다. 현재 국내 에틸렌은 LG화학이 1위(220만t), 롯데케미칼이 2위(210만t), 여천NCC가 3위(195만t)다.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이 앞으로도 에틸렌 사업에서 덩치를 키워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 석유화학사들도 에틸렌 생산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전남 여수공장의 NCC와 폴리올레핀(PO) 증설을 결정했다. 투자 금액은 2조6000억원으로 2021년 에틸렌 80만t과 PO 80만t이 추가된다. 기타 개선 작업을 포함한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 330만t으로 늘어난다. 롯데케미칼은 여수에서도 20만t 규모의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 에틸렌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분해시설(ECC)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450만t에 달한다. 여천NCC도 최근 7400억원을 투자해 제2 NCC와 제2 방향족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에틸렌 증설 규모는 33만5000t이다.

일부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증산 경쟁이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ECC를 통해 에틸렌 700만t이 추가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PE는 고체 상태로 다른 제품보다 운반하기 쉬워 미국발 공급 과잉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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