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한국으로 이사갈지도 몰라… 향후 10~20년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핫'한 언어될 것"

입력 2018-09-17 18:30   수정 2018-09-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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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으로 이사를 가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 고급 주택가인 ‘세답가(街)’ 자택에서 만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기자와 인사를 나누면서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현재 중학생인 두 딸의 중국어와 중화권 문화 공부를 위해 2007년부터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 개방 후 한반도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인도를 제치고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리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최소 10~20년은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더 ‘핫’한 언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입제한 조치가 풀리면 두 딸과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에 거주할 의사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하얀 도화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거물로 꼽히는 로저스 회장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북한 투자는 대박”이라고 주장해왔다. 2015년엔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최악의 경기 침체가 수년 안에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탓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개방으로 한국은 굳건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하얀 도화지’와 다름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과 철도, 도로 등이 깔리고,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엄청난 경제붐이 일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입버릇처럼 10~20년 동안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배우고 싶어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통일 후 상당 기간 부침을 겪었던 독일 경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통일 비용’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로저스 회장은 “통일 독일은 이웃인 헝가리나 체코, 러시아 등이 투자금을 댈 여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한반도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이 뭉칫돈을 싸들고 (투자를)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앞서 개방을 택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성공도 북한 투자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그는 “값싸고 교육이 잘 돼 있고, 손기술이 좋은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4년 내에 경제 개방될 것

북한과 주변국의 상당한 수준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는 3~4년 내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미국 등이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 개방에 긍정적이라는 게 이유다. 그는 “통일을 통해 중국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접경지를 개발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은 “주한 미군과 국방비로 쓰는 돈을 아낄 수 있게 돼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 사정도 절박하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2~2014년 연평균 1.0%, 2015년 -1.1%로 급락했다. 2016년에는 3.9%로 회복했으나 작년에는 3.5% 하락했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재원인 차관 도입과 대외원조가 작년 하반기부터 봉쇄됐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유일한 반대는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일본은 자신과 인접한 8000만명 규모의 국가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한국의 기술력을 앞장 세운다면 경쟁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본엔 이번 국면에선 결정권이 없어 흐름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저스는 북한 개방으로 수혜를 입는 업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관광과 전력, 섬유업이 1차 성장 업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 중에선 대한항공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나도 두 딸을 데리고 북한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진출은 중국이 우선권을, 한국은 후순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여러 접경 지역에서 북한과 공동으로 경제 개발에 나서며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자금은 이후 어느정도 시차를 두고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 금화 꾸준히 모아

로저스 회장은 북한 시장이 열리면 우선 주식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 내 지인들에 따르면 북한이 증시 제도와 시장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인력을 해외로 파견했다”며 “곧 주식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시장의 장점으론 자산 가치 저평가를 꼽았다. 독재 정권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1981년 중국 개방 때보다 조건이 훨씬 좋다”며 “이런 기회는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에서 발행한 금화나 은화 등을 꾸준히 사들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붕괴될 경우 희소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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