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협상' 손예진·현빈이 다했다

입력 2018-09-18 09:06   수정 2018-09-19 09:41


누가 뭐라고 해도 손예진, 현빈이다.

영화 '협상'은 인질범과 경찰 협상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특한 소재지만 온전히 새롭진 않다. tvN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이미 협상가와 테러범의 이야기가 다뤄진 적이 있고, 테러 인질 중계라는 설정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앞선 작품들과 차별점을 주는 것이 손예진, 현빈 그 자체가 주는 존재감이다.

손예진은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개팅을 하다가 급하게 인질 대치 현장에 투입된 하채윤부터 상사의 죽음에 안타까운 모습까지 자칫 튈 수 있는 하채윤의 변화는 손예진이란 배우를 통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악역이라고 소개됐지만, 사람을 죽이는 인질범이지만 그럼에도 민태구(현빈 분)의 서사를 알고 나면 실상 나쁜 놈은 따로 있다. 고아 출신이라는 설정부터 인질범을 압박하고, 인터넷 생중계로 현장을 공개하는 이유까지 전형적인데 여기에 변주를 주는 게 현빈이다.


좁은 공간, 한정된 세트 안에서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손예진과 현빈의 활약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초반부 인질극이 벌어지는 양재동 저택을 제외하고 '협상'에서 등장하는 장소는 상황실과 인질극을 벌이는 장소만 오고 간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다 보니 손예진은 "세트가 감옥 같았다"고 인터뷰에서 소개했을 정도다.

여기에 배우들을 비추는 앵글도 한정 적이다. 실제로도 인질극 협상을 벌이는 것처럼 손예진, 현빈이 각자의 얼굴과 행동을 모니터로 확인하며 촬영했는데, 생생하게 전달되는 감정들이 영화의 지루함을 덜어낸다.

'협상' 제작진은 앞서 '국제시장'을 통해 이원촬영 기법을 시도한 바 있다. 이산가족 방송을 생생하게 찍기 위해서 이원 생중계 촬영을 진행한 것.

'국제시장'에선 하나의 장면을 위한 이원 생중계였지만, '협상'에선 하채윤과 민태구의 협상 과정을 모두 이원 촬영으로 진행했다. 위험할 수 있는 모험을 성공적인 결과로 바꾼 것은 노련한 제작진과 더불어 손예진, 현빈의 공이라는데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손예진이 연기하는 하채윤의 눈과 귀, 감정을 통해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극의 볼거리는 민태구가 담당했다. 사건을 일으키는 주체가 될 뿐 아니라 현빈은 의자를 돌리고, 총, 담배 등 소품을 이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게 펼쳐지는 권력층의 비리, 숨겨진 음모는 호불호가 갈릴 포인트다.펼쳐놓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택한 선택이 너무 쉽고 단조롭다 보니, 도입부부터 차근차근 쌓아왔던 흥미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19일 개봉.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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