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트레이드 마크 '솔직 담백 화법'의 배경은

입력 2018-09-19 10:35   수정 2018-09-19 13:20



(손성태 정치부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2년 권력을 승계한 그는 자신의 입지가 굳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은둔의 지도자’를 자처했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 무대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핵무장으로 국제사회와 고립해서는 3대에 걸친 권력 승계가 4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대와 달리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를 외교적 행사에 등장시킨 것도 ‘정상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 35세인 김정은이 외교 무대에 데뷔한 후 솔직 담백한 화법과 태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젊은 나이에 걸맞게 소탈하고 솔직하게 말한다는 게 그의 화법에 대한 평가다. 자유분방한 외국(스위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영향도 클 것이다.

김정은의 이 같은 솔직 담백한 캐릭터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김정은은 지난 18일 오후 백화원 초대소에서 문 대통령 내외와 가진 환담에서 “대통령께서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뭐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도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된 영접을 못 해서 늘 가슴에 걸렸다”며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속된 말로 ‘자존심 빼면 시체’인 북한 지도자의 화법은 결코 아니다.

김정은과 북한이 문 대통령을 맞이한 환대 수준을 감안하면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나친 ‘겸손’에 가깝다. 김정은과 이설주는 북한 내 권력 서열 10위 내 고위급 인사를 총 동원해 평양 순안공항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직접 영접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때 터뜨리지 않았던 예포도 21발 발사했다. 김정은은 이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과 무개차(오픈카)에 함께 동승해 1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조화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는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을 극진히 배려하는 장면은 여러 번 카메라에 포착됐다. 평양 시내 카퍼레이가 벌어지는 동안엔 문 대통령을 한사코 운전석 대각선 좌석인 상석에 서도록 했다. 김정은은 무개차 조수석 선탑에 주영훈 청와대 경호실장을 앉히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호와 직결된 문제여서 굉장히 민김한 사안”이라며 “우리 측 경호 책임자를 선탑에 앉힌 것은 김 위원장의 배려와 두 정상 간 신뢰 관계를 엿볼수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끝) /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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