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재 흡수'
올 초 비트코인 투기 논란 이후 수 개월째 요지부동인 정부 정책에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한국에서 탈출하고 있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다음달 초 싱가포르에 거래소를 신설한다고 19일 밝혔다. 입출금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거래소 운영 환경이 악화일로인 반면 친화적 환경을 구축한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안정적 거래소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올 1월만 해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제치고 거래액 규모 전세계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당시 업비트의 24시간 거래액은 8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2위였던 바이낸스보다도 2조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명확한 규제 정책을 미루는 사이 어느새 10위권까지 밀려났다.
그동안 엄격하게 암호화폐를 규제한다고 알려진 중국 계열 거래소 바이낸스는 독보적 1위로 올라섰다. 연간 수수료 매출액만은10억달러(약 1조1237억원)에 이를 전망. 올해 1분기 매출액만 3억달러(약 3369억원)에 달한다. 연초 200만명 수준이던 고객 수도 1000만명에 육박했다.
업비트의 싱가포르 진출은 국내 거래소의 탈(脫)한국 행렬 가속화 방증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네이버 라인도 지난 7월부터 운영한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도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었다. 더 이상 국내 환경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세간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고급 일자리 창출’과 ‘막대한 세원 확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는 중국 정부가 바이낸스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업비트가 연초의 글로벌 1위 위상을 유지했다면 업비트 한 곳에서만 약 2000억원 이상(법인세 20% 기준)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했을 것이다.
고급 일자리 창출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암호화폐 시장은 글로벌 고급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내년까지 월가 금융권 인재를 중심으로 최대 150명의 인력을 추가 채용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거래소가 자리 잡으면 파생될 일자리 수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미 ‘골든 타임’은 놓쳤다”고 진단한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규제를 정립해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암호화폐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변화 속도가 빨라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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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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