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언론 "비핵화 시간표 등 디테일 부족"

입력 2018-09-19 17:44  

9.19 평양 공동선언 - 외신 반응

WP "김정은, 핵 폐기 약속 안해"
아사히 "비핵화 의지 재확인 그쳐"
트럼프 '낙관 일색 트윗'과 대조

中 언론, 美에 "이제 나서라" 압박



[ 유승호/주용석/강동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환영과 낙관 일색인 트윗을 올린 데 반해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비핵화에 관한 ‘디테일(각론)’ 부족 등을 지적하며 신중론을 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답방을 약속했지만, 그와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디테일을 거의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킬 실질적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미 해체를 약속한 곳”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핵동결과 함께 핵무기, 핵시설 등 핵물질 목록 등을 포함한 북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고 싶어 하지만 북한은 그런 리스트에 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 제안에 대해서도 “그 제안은 조건부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오랜 입장을 유지했다”며 “영변 핵폐기가 반드시 북한이 핵개발을 끝낸다는 의미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최소 하나 이상의 비밀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핵시설 사찰 허용 등은) 미국과의 협상 교착을 타개하고 서울의 개입을 유지하기 위한 김정은의 대담한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핵시설 폐쇄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에만 하겠다고 했으며 세부 사항은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멜리사 해넘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여전히 베이비 스텝(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밟고 있다”며 “시간표도 없고, (핵폐기) 보장도 없다. 미국이 요구해온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사찰을 허용한다면 유용하겠지만 얼마나 보여줄 것인지,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평양 공동선언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와 합의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선언은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동선언에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 신고나 검증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김정은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도통신은 “김정은이 핵시설 폐기 의사를 나타낸 건 미·북 협상이 파탄에 빠지는 걸 피하기 위한 조치”라며 “미국에 보내는 북한의 유화적인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은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관영 CCTV는 “남북 정상이 비핵화 프로그램에 관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환구시보는 김정은의 서울 방문 계획을 ‘파천황(破天荒)’이라고 평가했다. 파천황은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성취했다는 뜻이다. 신화통신은 “이제는 미국이 남북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호 기자/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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