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본부청사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렇게 적었다.
남북 정상은 이미 앞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돈독해진 사이를 과시하듯 평양 순안공항 때부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노동당 본부청사에 미리 와 있던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마중나왔다. "환영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했다. 청사로 나란히 입장한 두 사람은 도열한 20명의 인민군을 지나쳤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영철, 최룡해, 박광호, 리수용 등 8명의 노동당 부위원장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방명록 작성 전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은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아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천천히 방명록을 써내려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작성이 끝나자 크게 박수를 쳤다.
이날 문 대통령에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펜을 건넸지만, 남측 인사가 다시 전해준 네임펜으로 방명록을 썼다
이런 상황은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에도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을 위해 방명록 서명대에 펜이 마련돼 있었지만 대신 김여정 부부장이 건네준 몽블랑 펜을 사용했다.
이같은 사소하지만 민감한 에피소드는 최고 통수권자의 생체 정보 중 하나인 지문 정보를 타국에 남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외교 관례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은 당시 판문점을 방문하면서 '전용 화장실'까지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변을 통해 질병이나 건강상의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 경호원들은 회담이 열리기 직전 우리 측 '평화의집'에 대한 사전 점검도 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과 우리 측 수행원들이 김정은을 맞이하기 위해 평화의집을 나서자 1층 로비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린 뒤 닦아냈다. 방명록에도 소독약을 뿌렸다. 일부 경호원은 헤드폰을 쓴 채 사각형 판 모양의 장비를 방명록 테이블과 의자에 가져다 대며 폭발물이나 도청 장치 설치 여부를 탐지했다.
최근에는 생체기반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체정보를 도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는 2016년 최대 3m 거리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지문을 통해 복제 지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지문 인증을 통과하는 시연을 했다.
2014년 독일의 해커그룹 카오스 컴퓨터클럽은 독일 국방장관의 사진에서 지문을 복제했고, 구글에서 획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에서 홍채를 복제해 도용하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생체정보는 유출될 시 복제를 통해 도용이 가능하므로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는 엄격히 보호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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