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일자리 급감… 불법 외국인 노동자 '철퇴'

입력 2018-09-20 17:49  

법무부, 불법 취업 대대적 단속
적발되면 곧바로 강제 추방

새벽 인력시장 외국인 '독식'
올 불법체류자 42% 증가
인건비 한국인의 절반 수준
입국심사도 대폭 강화키로

F-4 비자로 노무직 불법 취업
중국동포들도 단속



[ 고윤상 기자 ] “새벽 인력시장에 단속을 나가보니 중국 사람들이 인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이제 왔냐며 불법채용을 강력하게 막아달라고 아우성을 쳤고요.”

외국인·출입국정책을 책임지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 14일 서울시 남구로역 근처 새벽 인력시장을 찾았다. 건설시장에서 40·50대 한국인들이 외국인 불법 채용으로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법무부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20일부터 외국인 불법 취업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불법체류 급증에 밀려나는 한국인들

건설업 등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40·50대 한국인들의 일자리 감소는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한 여파라는 게 법무부의 진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 25만1041명에서 올해 8월까지 33만545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3% 늘어났다. 이기흠 법무부 이민조사과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입국심사가 완화된 영향 등으로 불법체류자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한국인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불법취업자는 한 번만 적발돼도 곧바로 강제 출국시키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자진 출국기간을 마련해 자발적인 불법체류 감소도 유도한다. 불법 고용을 알선한 직업소개소에 대해선 관계기관에 영업정지 처분도 의뢰할 계획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단순 노무직이어도 의사소통이 어렵고 업무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썩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외국인들이 늘면서 고용주들의 눈길을 끌게 됐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같은 건설 단순 노무일을 하더라도 한국인은 12만원, 조선동포는 9만원, 한족은 7만원, 동남아시아 불법체류자는 5만원 전후를 받는다.

한국인 근로자의 가격경쟁력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더욱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은 내·외국인 동일 적용이지만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은 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없어서다. 결국 같은 값이면 40·50대 한국인 한 명 쓸 값으로 동남아 국가 출신 20·30대 근로자 두 명을 쓸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중국동포 불법 취업도 단속하기로

조선동포는 40·50대 한국인들의 단순노무 일자리를 잠식하는 주요 인력군으로 꼽힌다. 조선동포가 재외동포 비자(F-4) 자격으로 건설 분야나 식당 등 서비스업계에서 단순 노무에 종사하면 불법 취업이다. F-4 비자는 규정상 단순 노무직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F-4 비자로는 이미용 등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 직종에서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단속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그동안 F-4 비자 수는 2014년 28만9427건에서 올해 8월 43만6539건으로 급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포인 F-4 자격자들은 불법 취업을 하더라도 강제퇴거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그동안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불법 취업 사례를 적발하면 적극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는 건설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조선동포 불법 취업 문제에 대해서는 “점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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