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측 고발한 기재부
"열람 불허 정보까지 다운로드
靑·총리실 등 정보 수십만건 유출"
김동연 맞고소한 한국당
"전산 오류로 자료 노출됐는데
기재부가 우리에게 책임 전가
靑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발견"
[ 하헌형/박재원 기자 ] 검찰이 청와대와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를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무실을 21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당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이진수)는 이날 오전 9시25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심 의원 사무실에 검사 한 명과 수사관 9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심 의원은 한국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해 청와대·정부의 예산 정보 수십만 건을 불법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심 의원 측을 고발했다. 심 의원 측이 디브레인을 통해 열람한 자료에는 대통령비서실과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 개 정부 주요 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심 의원은 지난 19일 “정부가 의정활동을 위해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검찰을 앞세우고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김재훈 재정정보원장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은 심 의원 측에 제공한 디브레인 아이디(ID)로는 제한적인 정보만 볼 수 있는데, 심 의원 측은 열람이 허락되지 않은 정보까지 다운로드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심 의원 보좌진이 불법적인 방법을 써 ID 열람 권한을 넓힌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비인가 구역까지 들어와 방대한 양을 다운로드받고 반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19일 기재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디브레인의 전산 오류 때문에 자료가 노출된 것인데,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이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문건에는 사태 발생 원인과 관련해 ‘시스템 과부하 발생 원인 분석 과정에서 이상 로그 인지’ ‘시스템 비정상 동작으로 비인가 정보 조회 가능 파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국당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피감기관 자료를 입수한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정치적 겁박 행위”라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심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분이고 잘못이 없다는 걸 시연까지 다 했는데도 대단히 이례적으로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동안 심 의원 사무실 밖에서 ‘의정활동 탄압하는 정치 검찰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주요 부처가 예산 지침을 어기고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써선 안 될 곳에 유용한 사례를 무수히 발견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불법 예산 사용을 밝히려는 의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무리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디브레인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적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심 의원은 ‘지난 7월 대통령의 인도 순방 때 수행원들이 한방병원에서 업무추진비를 유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수행원들이 묵은 숙소엔 한방병원 같은 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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