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원 인사평가 돌입… 구광모의 선택, 새판짜기냐 안정이냐

입력 2018-09-26 17:21   수정 2018-09-27 09:02

11월 말 임원인사 앞두고 긴장
23년 만에 총수 바뀌고 첫 인사
임원들, 고문단과 면담날짜 잡아

40대 총수 '뉴 LG' 파격 인사?
부회장 몇명 교체되나 '촉각'
조직개편 땐 최대규모 인사 전망
일부선 "변화보다 안정 택할 수도"

구본준, 연내 계열분리 안할 듯
계열사 사업 복잡하게 얽혀있어
특정 부문만 따로 떼내기 힘들어



[ 오상헌/고재연 기자 ] LG전자 A상무는 최근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반석 전 LG화학 부회장 등 LG 계열사 전직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고문단과의 면담 날짜를 잡자는 연락이었다. 전직 CEO들은 면담을 통해 승진 후보자들의 리더십과 인성 등을 살펴본 뒤 인사권자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이들 원로의 ‘호출’이 임원 인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통하는 이유다.

11월 말로 예정된 임원 인사를 앞두고 LG그룹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예상이 어렵다는 말들도 나온다. 23년 만에 그룹 총수가 바뀐 데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인사폭 얼마만큼 커지나

2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1월 말~12월 초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키로 했다. 일각에서 조기 인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그룹 수뇌부들이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인사평가의 근거가 되는 올해 예상 실적이 11월 초에 나오기 때문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11월 초 계열사별 사업보고회가 끝난 뒤 올해 추정 실적을 토대로 승진 대상자별 업적평가를 할 것”이라며 “예년과 비슷한 시점에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 관심은 인사 규모에 쏠려 있다. 40세 젊은 총수가 이끄는 ‘뉴 LG’로 다시 태어난 만큼 인사의 판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회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LG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6명으로 꾸려져 있다. 일부 부회장이 용퇴를 선언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부회장이 대거 교체되면 연쇄 효과로 인해 150명 안팎이었던 LG그룹의 연간 임원 승진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그룹 총수가 바뀌면 조직 개편과 함께 쇄신 인사를 단행하곤 한다”며 “‘새로운 출발’이란 의미를 담아 사상 최대 수준의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구광모 신임 회장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괜찮은 성적을 낸 만큼 현재 경영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분간 계열분리 힘들 듯

구 부회장이 “올해 말 임원인사에서 공식 퇴임하겠다”고 선언한 건 조카인 구 회장이 취임한 지난 6월 말이었다. 재계에선 “구 부회장이 LG가(家) 전통에 따라 연말 퇴임과 함께 계열분리 작업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을 쏟아냈다.

하지만 LG그룹 안팎에선 연말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구 부회장이 들고 나갈 만한 계열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 LG상사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은 그룹의 근간인 LG전자 및 LG화학과 사업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따로 떼어 내면 전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게다가 LG상사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탓에 계열분리 후 구 부회장이 대주주로 올라서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릴 수도 있다.

구 부회장이 특정 계열사를 떼어 내 독립하면 LG그룹의 재계 서열이 5위로 떨어져 ‘4대 그룹’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 5월 자산총액 기준으로 4위 LG(123조1000억원)와 5위 롯데(116조2000억원)의 격차는 7조원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일단 (주)LG 대주주로 남아 상황을 지켜보며 천천히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상헌/고재연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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