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침묵의 암살자' 전자파 얼마나 위험하길래

입력 2018-09-27 18:20  

전자파 침묵의 봄


[ 윤정현 기자 ]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을 통해 살충제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살충제는 수많은 생명을 전염병으로부터 구하고 식량생산도 획기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자연생태계에는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줬다. 책은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던졌고 이후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화학물질 사용 규제를 위한 법과 제도도 생겨났다.

미국 전자파방사선정책연구소 공공정책 담당자 케이티 싱어가 쓴 《전자파 침묵의 봄》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카슨의 명저 《침묵의 봄》에서 제목을 따왔다. 《침묵의 봄》에서의 살충제는 이 책에서 전자파다. 전자파는 우리 주변에 있는 휴대폰, 와이파이, 전선, 충전기뿐 아니라 모니터를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 형광등까지 모두가 주요 발생원이다. 저자는 이들이 내뿜는 전자파 방사선을 ‘전자 스모그(electrosmog)’라고 이름 붙였다. 보이지 않는 전자파의 안개로 가득 찬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전자파가 나무와 개미, 벌과 새 등의 야생동물부터 뇌종양, 당뇨병, 백혈병 등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보여주며 전자파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전자기 현상과 기술의 발달이 진행돼온 과정을 살펴보고 건강과 생태계를 위해 법과 규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방향도 제시한다. “전자파 방사선의 위험을 무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결과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가 무겁게 다가온다.(케이티 싱어 지음, 박석순 옮김, 어문학사, 315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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