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바이오노믹스] 비상장 바이오텍이 상장사보다 비싼 한국

입력 2018-09-28 14:26   수정 2018-09-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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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가 기존 굴뚝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에 있었던 만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리와 꼬리, 귀 등을 만저나가다보면 온전한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

"창업한 지 2주가 된 기업인데, 200억원의 가치로 투자하라는 제안이 왔어. 이건 너무 아니잖아."

최근 만난 한 지인의 이야기다.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바이오 기업과 관련해 투자 제안이 들어왔는데 자기의 생각으로는 고평가도 이런 고평가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에서 상장사보다 비싼 비상장 바이오 기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로 조성된 정책펀드의 영향이란 분석도 있고, 부동산 규제에 따라 투기심리가 바이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한 임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최첨단 기술만 좋아한다고 지적한다. 최첨단이라는 것은 아직 검증이 덜 됐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는 의미란 것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1상 단계 의약품 후보물질의 미 식품의약국(FDA) 최종 판매허가 성공률은 9.6%다. 열 개 중 하나만 성공했다. 최첨단 기술은 성공확률을 집계할 수도 없는 또다른 미지의 영역이라고 이 임원은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환경을 보면 이같은 현상이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FDA에 따르면 신약 출시까지 평균 26억달러(약 2조8800억원)의 비용과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같은 비용과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삼성그룹 정도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내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구매자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없었고, 성공했을 때 큰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물질이 그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16년 기준 세계 매출 상위 의약품 15개 중 외부 기술 도입 없이 자체 개발한 약물은 2개에 불과하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텍의 연구개발 사업은 기술수출과 같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기술 트렌드와 동떨어진 기술이라면 글로벌 업체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한국의 상황이 비상장 바이오텍의 높은 몸값을 설명해 줄 수도 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세계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올 6월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밴션(BIO USA)'에서는 4004개 기업들이 1대 1 회의를 가졌다. 이 중 248개 업체가 기술도입을 원했고, 기술수출을 원하는 기업은 1363개로 5배 이상 많았다.

치열해지는 세계 신약개발 환경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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